몇 해 전 활동하던 온라인 카페에 당시에 겪고 있던 심리적 고민을 올린 적이 있었다.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내 상황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괜히 이야기를 털어놓았구나 싶어서 후회하던 시기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큰 기대 없이 적은 글이었는데 몇 시간 후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때 느꼈던 따뜻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30대까지만 해도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만한 사람은 왜 주변에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됐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직접 나타나는 게 아닐 수도 있음을. TV나 라디오에서 듣게 된 몇 마디의 말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답을 제시해주는 문장을 읽을 때도 있다. 칼럼 제의를 받고 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 무렵 읽던 책이 조던 피터슨의 ‘열두 가지 인생의 법칙’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구절을 읽고 용기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도대체 귀인은 어디를 가면 만날 수 있나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귀인이란 직접 아는 사람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온라인 공간에도 존재한다.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어주는 분 중에도 존재하고, 내 고민에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고 정성스러운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 속에도 있을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건네준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면 랜선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귀인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지금 쓰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아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을까.
문화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