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이제 후보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드릴 것”이라며 소신 발언을 예고했다. 그동안 주요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이 의원으로선 반전을 예고한 것이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신중하게 대처하며 메시지를 아껴왔던 이 후보가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이른바 ‘사이다 화법’을 앞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격을 허용하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8·29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 절차를 마쳤다. 등록을 마친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이슈에 대한 당의 대처에 대해 “굼뜨고 둔감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관련 혼선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서도 “중구난방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4·7 재보궐 선거의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지금부터 결론을 미리 특정인이 말한다는 건 옳은 자세가 아니다.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 당 내외의 지혜를 여쭙고자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후보 등록 후 첫 행선지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대통령님 말씀처럼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도도한 흐름으로 국난을 극복하고 일류국가로 완성하겠습니다”고 썼다. 이어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동안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이낙연 대세론’ 평가를 받아온 이 의원은 당권·대권에 모두 도전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40%를 넘기도 했던 이 의원의 대선 주자 선호도가 거의 절반 가까이 내려앉았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의원은 23.3%, 이재명 경기지사는 18.7%로 각각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두 사람의 선호도는 4.6% 포인트 차이로,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에 들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대법원에서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과를 받아든 이 지사는 경기도정 성과와 속시원한 화법을 바탕으로 선호도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한편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선거캠프 대리인을 통해 후보 등록을 했다. 강원도를 방문한 김 전 의원은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눈높이에서 당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4월 재보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앞서 당헌 준수 여부와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절차 등 두 차례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앞서 당헌 개정을 통해 재보선 후보를 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민 최고위원은 “(당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며 21일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