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화성 탐사선 발사… 아랍권 첫 ‘희망’을 쏘다

입력 2020-07-21 04:04
아랍에미리트(UAE)의 무인 화성탐사선 ‘아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H2A’ 로켓에 실려 20일 오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은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대기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1000만명이 채 안 되는 중동의 소국 아랍에미리트(UAE)가 20일(현지시간) 아랍권 국가에선 처음으로 화성탐사선 ‘아말’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UAE는 통상 10년이 걸린다는 화성탐사선 개발을 6년 만에 이뤄냈다. 그 뒤에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30대 여성 장관이 있었다.

두바이TV 등에 따르면 아말은 이날 오전 6시58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발사체(H2A)에 실려 4억9350만㎞ 떨어진 화성을 향해 발사됐다. 아말은 발사 1시간 후인 오전 7시58분 발사체와 분리된 뒤 지구 궤도에 안착했다.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은 UAE 건국 50주년인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1년 동안(지구의 687일에 해당) 기후 관측과 지표면 분석 임무를 맡게 된다. UAE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전 세계 연구기관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UAE는 2014년 7월 처음 화성 탐사 계획을 밝혔다. 당시만 해도 UAE엔 화성 탐사를 주도할 전문기관도, 인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6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화성탐사선을 쏘아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미 CNN방송은 UAE의 ‘우주 야망’을 현실화한 건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AE에 앞서 화성탐사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6개국이다.

UAE의 석유 매장량은 지난해 기준 세계 6위로 당분간 먹고살 걱정은 없지만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UAE 정부는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우주 개발에 들인 돈만 54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진=AP연합뉴스

UAE 정부는 특히 아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여성 인력을 과감히 채용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약 450명의 기술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4%, 과학부만 놓고 보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심에 사라 알 아미리(사진)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이 있다.

올해 33세인 알 아미리 장관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극도로 제한된 이슬람 국가에서 보기 드문 여성 장관이다. 독일 도이치벨레방송에 따르면 그는 12살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보며 우주여행에 대한 꿈을 키웠다. 샤르자 아메리칸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에서 UAE의 첫 인공위성과 무인항공기 개발을 지휘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첨단과학기술부 장관과 화성탐사 프로젝트의 과학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무인탐사선 ‘아말’ 발사를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화면에 화성의 모습과 함께 ‘희망 탐사선’, ‘아랍 최초의 행성 간 탐사 미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성 탐사 프로젝트 명칭이 희망을 뜻하는 ‘아말’인 것은 UAE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UAE 인구의 10% 수준인 순수 국민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고임금 일자리와 각종 보조금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 미래 비전이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옴란 샤라프 화성 프로젝트 책임자는 “아말은 UAE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도록 하는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말에 이어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 1호’와 미국의 ‘퍼시비어런스’가 이달 중 나란히 화성으로 향할 계획이다. 올해 7월은 지구와 화성 간 거리가 가장 짧은 시기로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화성 탐사의 최적기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