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發) ‘깔따구 애벌레 수돗물’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인천 수돗물 정수장에서 대규모 번식한 깔따구 애벌레가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확산한 것으로 드러나자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우리 집 수돗물에서도 애벌레가 나왔다”는 ‘패닉 신고’가 빗발쳤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인천처럼 대규모 확산 사례는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과 경로를 찾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중구 오피스텔 거주자 김모씨는 19일 오후 11시쯤 “샤워를 마친 뒤 욕실 바닥에서 머리카락 두께에 1㎝ 길이 붉은 애벌레를 발견했다”고 중부수도사업소에 신고했다. 9일 인천에서 첫 깔따구 애벌레 민원이 접수된 지 열흘 만에 서울에서 첫 ‘애벌레 수돗물’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부산에서도 의심 신고가 빗발쳤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4~19일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1건이나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건이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시흥과 화성 안양 파주, 충북 청주에서도 지난 16일부터 수돗물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가 속출했다. 인천은 지난 9일 첫 유충 확인 후 지난 19일까지 유충 발견 건수는 16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안양시는 해당 애벌레가 수도꼭지가 아닌 배수구에서 올라온 실지렁이로, 청주시는 세면대에서 나온 이물질로 판명됐다.
수돗물 관리를 맡은 각 지자체들은 “인천처럼 공급선에서 비롯된 대규모 확산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중구 오피스텔 급수계통인 뚝도 아리수정수센터(정수장)-대현산 배수지-오피스텔 지하 저수조 등의 수돗물 시료를 검사한 결과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수도관이 아닌 외적 요인을 통한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정했다.
애벌레 출현지로는 배수로를 지목했다.
상수도본부는 중구 오피스텔 관리소장의 말을 인용해 “건물이 15년 이상 돼 샤워실 배수로가 깨끗하지 않아 벌레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오피스텔에서 한 달 전에도 유사한 벌레가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배수구에 물이 고여 있던 곳에서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했다. 발견된 유충이 깔따구 애벌레인지는 유전자(DNA) 검사 중이다.
부산시도 서울시와 비슷한 해명을 내놨다. 정수장이나 공급 과정에서 유충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낮은 대신 가정 내 배수구나 하수구, 건물 저수조, 물탱크에서 애벌레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의심 신고가 한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면 정수 생산·공급 과정에서 유충이 발생했을 개연성보다 가정 내에서 유충이 유입됐을 개연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천의 경우 공촌과 부평 정수장에서 깔따꾸 애벌레가 대량 번식해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깔따구가 알을 낳으면서 애벌레가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장 시설은 수질 관리를 위해 여러 번의 정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애벌레 등이 서식할 수 없지만 활성탄 여과지는 숯 재질로 벌레가 기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겨울 기온이 따듯해 올여름 깔따구 번식이 활발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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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