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는 과연 임계점에 온 것일까.’
최근 경제 회복세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폭락한 증시의 반등 주역인 성장주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2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발표하는 2분기 실적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성장주 위주 랠리가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 이후 4배가량 주가가 오른 테슬라의 실적이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 9월 우량주 500종목으로 대표되는 S&P500지수에 편입된다. 이 경우 주가는 다시 한번 퀀텀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결제금액은 40억600만 달러(약 4조820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1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28억700만 달러) 애플(26억8100만 달러) 아마존(24억2300만 달러)을 큰 격차로 제쳤다.
다만 현재까지 증시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2분기에는 테슬라 실적이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적자 반전이 자칫 다른 성장주의 추세도 반전시키는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사실 언택트, 전기차, 에너지, IT·미디어 등 분야의 성장주들은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성장주들의 주가 오름세가 최근 일주일 새 주춤해진 것은 지지부진한 실물경제 상황을 반영하기 시작한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DB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 성장주의 프리미엄은 향후 선보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공급에 있었다면서 경기가 추가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성장주의 상승 동력도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에서 공매도의 달인으로 통하는 데이비드 로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주의 주가 폭등은 주가 조작이나 다름없다면서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에서 지금은 닷컴버블과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IT버블 당시에는 경기여건이 좋은 데다 투자와 소비가 과열양상을 보여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IT회사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주가 폭락의 역풍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현재 경제 상황은 제로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더구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고평가 주식들 대부분이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닷컴버블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기술주 등 중심으로 하락증시를 떠받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성장주가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조민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