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육계 지도자 자격 검증 철저히 하라

입력 2020-07-21 04:03
김규봉 경주시청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감독이 선수 시설 뚜렷한 경력 없이 지도자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은 이 종목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혹행위 가해자 중 한 명이다.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이 선수 시절 출전해 공식 기록이 남은 대회는 한 번뿐이다. 2004년 ‘제주국제아이언맨대회’ 남자 25~29세 부문에 출전해 27명 중 꼴찌를 기록한 게 전부다. 전국체육대회나 해외 대회에 출전한 경험은 없다. 그런데도 그는 2005년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실업팀 감독이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자마자 27세이던 그해 바로 전국체육대회 경북도 소속 남자부 감독이 됐다.

물론 선수 시절 기록과 메달이 지도자의 자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어도 지도자로서 달란트를 가진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김 감독처럼 제대로 된 선수 경험 없이 최소 자격요건만으로 감독이 돼 지금껏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게다가 ‘팀 닥터’라 불린 또 다른 가해자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 행위를 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돈도 받았다. 그는 최 선수를 폭행·폭언한 혐의로 구속됐다.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고용됐는지 철저히 따져볼 대목이다.

체육계는 지난해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의 폭행과 성폭력을 폭로했을 때도 근본 대책을 내놓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최 선수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자정 능력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집단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육계 지도자 선발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문성은 물론 인성도 지도자 선발에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특히 폭력이나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이는 체육계 지도자로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