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확진자 나온 이태원·강남 그후

입력 2020-07-21 00:04
지난 5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두 달여가 흐른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 킹클럽의 창문에 서울시가 발부했던 빨간 글씨로 적힌 집합금지명령서가 여전히 붙어 있다. 최예슬 기자

“우리 꼭 건강하게 웃으며 다시 만나요.”

지난 10일 오후 11시5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킹클럽 앞에는 응원의 메모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검진과 치료 잘 받고 밥 잘 챙겨 먹자”고 다독이는 내용이었다.

2020년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었던 곳들을 찾았다. 발병 초기에 확진자가 다녀가 홍역을 치렀던 식당부터 서울·수도권에서 광범위한 유행을 일으켰던 이태원 클럽, 거짓 진술로 방역활동에 피해를 입힌 확진자가 일했던 학원을 방문했다. 식당과 학원 등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태원 킹클럽은 지난 5월 6일 방문자 중 확진자가 나오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출입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었다. 창문에는 5월 9일 서울시가 발부한 빨간 글씨로 적힌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이곳 외에도 확진자가 잇따랐던 소호·트렁크·퀸 등 인근 클럽도 문을 닫은 채 출입문 앞에 고지서, 전단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들 클럽이 모여 있는 이태원 우사단로 일대 상권은 ‘불금’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길을 걷는 행인조차 보기 어려웠다. 가게마다 빈 테이블이 더 많았다. 상권이 회복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자정을 넘겨 골목 초입부에 위치한 한 술집을 찾았다. 10개 넘는 테이블에 10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는 바가 있었지만 손님은 7명이었다. 텅 빈 테이블이 대부분이었다. 입장할 때 전자출입명부(QR코드) 작성 절차는 없었다. 이곳은 유흥시설이 아닌 일반음식점이어서 QR코드 확인이 의무는 아니었다.

가게 사장 A씨는 “11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안 되는 건 처음”이라며 “금요일이면 손님이 많아 서 있는 사람도 많았는데 2개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뇌리에 이태원은 위험하다고 박혀 있어 장사가 아예 안 된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평일엔 손님이 없어 근처의 다른 술집 중에는 아예 주말에만 문을 여는 곳도 있다”고 했다.

5월 초 재난지원금이 나왔지만 비슷한 시기에 이태원 집단감염이 터져 전혀 혜택을 못 봤다고 했다. A씨는 “친한 사람들에게 한 번씩 들러달라 해도 ‘혹시 감염돼 주변에 민폐 끼칠까 걱정된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며 “주말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3명도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더니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오래된 단골이다. 이름과 직장, 집안 사정까지 꿰고 있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뿐이다. A씨는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감염자가 나오면 그 사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연말까지 장사가 힘들 것이란 각오는 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일대 술집·상점에 ‘#청정지역 이태원’ 등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최예슬 기자

이태원 일대의 술집·상점에는 파란색 글씨로 ‘#클린 이태원’ ‘#청정지역 이태원’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A씨 말처럼 이태원발 감염으로 인해 ‘이태원은 위험지역’이라고 굳어진 국민들의 인식을 깨고 상권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의 근무지였던 인천 세움학원도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상처가 깊어 보였다. 지난 7일 오후 1시30분쯤 방문했을 때 학원 문 앞엔 인천의 한 교회에서 보낸 화분이 있었다. 화분에는 ‘힘내세요’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손소독제와 마스크, 체온계도 비치돼 있었다. 방문자의 이름을 적는 명부도 보였다. 학원 내부 환기를 위해 창문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이 학원 원장인 B씨는 코로나19 얘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 일만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지금도 학원 문을 겨우 열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로 인터뷰를 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고 했다. B씨는 “나도 남들한테 좋은 일 하려고 (학원 운영을)한 건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학원 문을 닫았다.

지난 9일 낮 12시30분에 찾은 강남구 한일관 압구정점 1층에는 대기 중인 손님이 2~3팀 있었다. 입구에는 열감지 카메라가 있으니 협조해 달라는 입간판이 있었다. 직원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환기를 위해 1층 입구 문도 활짝 열어 놓았다. 테이블 앞에 있는 조리 공간에는 유리 가림막이 설치돼 있고 조리사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곳은 지난 1월 20일 중국에서 귀국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이 환자는 확진되기 전에 이 식당을 이용했다. 당시 함께 식사한 6번째 확진자와 그의 가족이 감염됐고, 종로노인종합복지관까지 연쇄감염이 일어났다.

테이블은 대부분 손님들로 차 있었지만 가게 분위기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초긴장 상태라고 했다. 지배인 C씨는 “(코로나19과 관련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피해다. 경제적 피해가 너무 막심했다”며 “지금도 200명에 달하는 직원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산 6개월]
▶①-1
▶①-2
▶③-1
▶③-2

최예슬 기자, 인천=김영선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