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는 반쪽 도시다. 원래 행정수도로 건설이 추진됐으나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본래의 목적을 잃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어정쩡한 지위를 얻었다. 당시 헌재는 특별법이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어겼다는 기괴한 논거를 적용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와 국회 등 권력의 핵심 기관을 서울 이외의 도시로 옮기려면 국민투표를 거치거나 헌법을 개정하라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다.
이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충청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그러는 사이 세종시는 공무원의 베드타운이 돼버렸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다보니 행정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데 막대한 비용을 길거리에 뿌리고 있다. 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여기에 정책 개발과 집행에 써야 할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것까지 감안하면 국가적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국회가 한 곳에 있으면 지불할 필요가 없는 비용이다.
권력 기능 분산에 따른 이 같은 불합리와 모순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정치권이 그 사정을 적확하게 인식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그런 점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주장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와 국회를 통째로 옮겨 세종시를 제대로 된 행정수도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제2 청와대, 국회 세종분원을 만들자는 정치권 일각의 요구도 있으나 이것으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불합리한 요소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의 서울 집중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막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행정수도 이전은 무엇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수도 이전이 특정 정파가 추진한 이슈라는 이유로 찬반이 갈린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는 소아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세종의 정부 부처를 다시 서울로 이전할 수 없다면 가야 할 길은 하나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마무리되는 게 최선이다. 정치권이 결단을 내릴 때다.
[사설] 행정수도 이전 , 이제 정치권이 결단할 때
입력 2020-07-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