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SUV 선호 현상에 따라 설 곳이 줄어든 국내 중형 세단들이 하반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유럽형 외관 디자인으로 사랑받았던 SM6의 부분변경 모델에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승차감과 주행 성능, 편의사양들을 대거 적용해 기아자동차 K5의 독주 체제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K5가 선전했지만 올 상반기 중형 세단은 전반적인 판매량이 부진했다. 20일 각 사의 상반기 실적을 종합하면 중형 세단의 1~6월 누적 판매량은 9만4034대로 10만대를 넘지 못했다. K5가 상반기 4만6824대,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3만3973대가 팔리며 시장을 주도했다.
4년 만에 출시된 SM6 부분변경 모델은 기존 모델의 단점을 대폭 개선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한국 고객들이 특히 불편함을 호소했던 승차감과 에어컨 공조 버튼 개선 등에 심혈을 기울여 동급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완성했다”며 “부분변경 모델에만 약 2300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부터 달라졌다. 르노그룹 고성능 브랜드 알핀과 르노 R.S. 모델에도 탑재되는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 TCe300은 225마력에 동급 최대 토크인 30.6㎏·m의 성능을 뽐낸다. 세단임에도 스포츠카의 성능을 강조하기에 무리가 없다.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개발한 신형 4기통 1.3 가솔린 터보 엔진 TCe260은 상반기 르노삼성차의 히트작인 XM3, 벤츠 CLA에도 적용돼 있다. 이 엔진으로 성공 신화를 쓴 XM3의 사례로 비춰보면 한국 소비자 공략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6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주행한 SM6는 실제로 개선 요소가 도드라졌다. 서킷 주행이나 언덕·비탈길에서도 전혀 쏠리지 않은 채 치고 나가는 탁월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2열 승차감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후륜 서스펜션 토션빔은 100여종의 튜닝을 거쳐 최적의 조건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시속 45㎞의 빠른 속도에도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갔고, 실내로 유입되는 노면 소음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