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집니다. 부동산이 뭐 어제오늘 일입니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언(?)이 나온 MBC ‘100분 토론’을 지난 17일 새벽까지 봤다. 클로징 멘트를 듣고 일어났는데 몇 분 후 아내가 “(토론자인) 진성준이 이상한 말을 했대”라고 전했다. 카톡으로 문제의 영상을 받아 봤다. 진 의원은 토론 내내 7·10 부동산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방송 끝나자마자 시니컬하게 ‘집값 떨어지겠냐’는 식으로 말했다. “진실은 101분에 나왔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현 부동산 정책은 강남 등 서울 집값 억제, 다주택자 규제, 재개발·재건축 억제가 골자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성공할 수 없음을 정작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이 몸소 웅변하는 희한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주택 중 한 채를 판다면서 강남 집이 아닌 지역구인 청주 집을 먼저 내놓았다. 뒤늦게 둘 다 판다 했지만 그의 본심은 들통났다. 노 실장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반포 아파트를 샀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남이 불패라면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고 하던 때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중인 2018년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역 상가건물을 25억여원에 매입했다. 1년5개월 후 9억원 가까운 차익을 보고 팔았다. 지난 총선 때 ‘거주 주택 1채 외 매각’을 서약한 여당 의원 중 다주택 당선자가 42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 부처 1급 이상 공직자 약 30%가 다주택자다.
이들에게는 진 의원의 말처럼 믿는 구석이 있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2582만원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초인 2017년 5월(6억635만원)보다 3억원 이상 치솟았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이유다.
정부·여당 다주택자들은 ‘노부모 봉양’ ‘노후 대비’ ‘자녀 교육’ 등으로 다주택 보유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일반 다주택자들도 역지사지로 이해하면서 정책을 풀어가는 게 순리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 비판 집회에서 나온 사연들. A씨는 시골에 살던 노부모의 편의를 위해 도시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그는 방 2개짜리 빌라에 전세로 살다 아이들이 자라 좀더 큰 집으로 옮기려 분양권을 하나 더 샀다. 8월에 명의변경하는데 6·17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중도금대출 승계가 안돼 계약금을 날릴 처지다. 효자 노릇 하려던 그는 투기꾼인가. B씨는 전세를 주고 전세 들어간 1주택자다. 계약이 끝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임대차 3법 소급 적용 소식에 집에 못 들어갈까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정부는 본인 집에 실거주하는 게 아니면 사실상 투기로 본다. 대출 규제와 과세 강화로 집을 늘리지도, 좋은 곳으로 이사 가기도 힘들어졌다. 한국적 모델인 ‘전세 끼고 집을 사두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1주택자·무주택자들 피해도 적지 않다. 가만 있던 다주택자들에게 혜택 주겠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다 이제 와 없던 일로 하잔다. 일종의 사기다.
부동산 전쟁에서 21전 21패(22번째 7·10 대책도 패가 유력하다) 했다면 한 번쯤 정책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 임대차 3법 예고에 서울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도시 허파인 그린벨트 해제설을 띄워 주변 집값을 들썩이게 하면서 노후 주택의 재건축·재개발을 묶어놓는 이유는 뭔가. 자본주의 경제 핵심인 수요·공급 원칙은 정부엔 소 귀에 경 읽기다. 진 의원의 발언 후 많은 이들은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이 아닌 증세가 목적이라고 본다. 청와대는 펄쩍 뛰겠지만 강남 다주택 참모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고세욱 경제부장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