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KBS 보도 완전 창작” 반발에 KBS “단정적 표현 사과”

입력 2020-07-20 04:02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한동훈 검사장과 지난 2월 부산고검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19일 공개했다. 한 검사장 측은 녹취록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고 공모 정황이 담겼다는 전날 KBS 보도에 대해 “완전한 창작”이라며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이씨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이 어디에서 뭘 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또 “(유시민에게)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대답했다. 이씨는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한 검사장은 “숙소가 어디냐”며 대화를 끝냈다.

당시 대화 내용은 이씨와 후배 기자 백모씨, 한 검사장 및 녹취록을 확보한 검찰 정도만 알고 있었다. KBS는 전날 이씨와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씨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말을 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KBS는 유 이사장을 수사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과 함께 보도 시점에 관한 얘기도 오갔다고 전했다.

이씨와 한 검사장은 “보도 내용은 완전히 창작”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전체 녹취록에 ‘총선’ ‘야당’이라는 단어도 전혀 등장하지 않았고, “(취재를) 돕겠다” 등의 대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이 ‘한 건 걸리면 되지’라는 말을 했지만 ‘잘 해보라’는 덕담이지 공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도 “당사자 확인도 없이 누구로부터 듣고 보도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KBS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도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KBS는 9시 뉴스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돼 사과드린다”며 한 검사장 등의 입장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한 검사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 안팎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겨냥하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씨는 구속됐지만 공모 관계 입증은 별개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씨는 이 전 대표에게 직접 한 말들이 있지만 한 검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 구속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강요죄로 구속된 사례는 올해 1~5월 1명에 불과했는데 이것도 성폭행 미수 혐의와 병합된 경우였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과 나눈 대화를 문제 삼고 구속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따지면 취재원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다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거론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씨 영장청구서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수사에서 확인 안 된 사실을 전제로 영장이 발부됐다”며 반발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