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가 핵심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며 사실상 대권 행보 몸풀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띄우기’로, 정부 정책 등 현안에 대해서는 ‘독자 행보’, 또 대권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도정 우선’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점을 극복하면서 현안 해결에 관해선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 국민적 지지를 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 17일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확대 재검토 결정과 국회의 부동산 백지신탁법안 발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이 ‘개미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며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한 정책 추진을 강조한 대통령 말씀을 관료들이 꼭 귀담아 듣길 바란다”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백지신탁법안에 대해선 “힘써 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을 비롯한 15분의 의원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당내 세력 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비문 연대’를 앞세웠던 자신에 대한 친문 세력의 반감을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과거 경선 당시의 상처를 극복하고 넓은 인적 기반과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정책에 대해선 중앙정부 및 여당과의 적극적인 공조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독자 행보에 무게를 싣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8일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입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사례와 수술실에서 마취된 환자에게 의료진이 성추행을 한 의혹 등이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경기도는 현재 민간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 설치·운영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 19일엔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 측은 “도정에 전념하는 차원”이라면서도 “당이나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 지사가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에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발빠르게 시행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행정명령, 대북전단 살포 대응 등에 강경하게 나서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지사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24~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긍정 평가 71.2%로 처음 1위를 기록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이재명표 정책 개발과 선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을 기치로 한 정책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이용료를 인상하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 앱 업체들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며 공공배달 앱 개발에 나섰다. 또 중앙정부가 가진 노동감독권을 지자체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정부 노동경찰제’ 도입과 중대 재해에 대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