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입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완전 철폐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며 주식 양도소득세 재검토 지시를 내렸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악화된 여론을 잠시 진정시키려는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는 22일 나올 세제 개편안에서 주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2000만원보다 커지고, 과세 시점도 조정될 거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양도세 철폐’가 아닌 이상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조세 저항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기관·외국인에 비해 개인의 세금 부담만 높이는 양도세 과세 방침은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고 19일 말했다.
‘개미들의 반란’에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선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국내 증시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8.8%까지 치솟았다. 연초 65.3% 수준에서 13% 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으로, 1년 전(66.9%)보다도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국내 증시의 순매도자에 가까웠던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순매수 주체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국내 증시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는 원동력이 됐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음에도 코스피지수는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최근 2200선까지 회복했다. 최대 10조원 규모로 계획됐던 정부의 증권시장안정기금 없이도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개미들이 증시 부양이란 정부 과제를 해결해 준 모양새가 됐다. 그럼에도 추가적 증시 활성화 정책은커녕 과세 확대 발표가 나오고, 이른바 ‘깜깜이 공청회’를 비롯한 요식행위만 이어지자 “주식시장을 살려놨더니 도리어 세금만 높인다”는 성토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세법 개정안에 담길 금융세제 개편안의 수정 내용에 쏠리고 있다. 양도세 공제 기준을 높이고 시행 시점을 늦추는 식의 ‘달래기 정책’으로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탈출과 조세 저항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정책 일부만 수정하는 소위 ‘땜질’로는 상황(반발 여론)만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