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 타이틀 홀더 이수민(27)이 올 시즌 필드에 몰아친 ‘10대 돌풍’을 잠재우고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했다. 투어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변형 스테이블포드 대회에서 초대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쥐고 2년 연속 상금왕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이수민은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 라고코스(파72·7263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KPGA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10개를 쓸어 담고 20점을 획득, 최종 합계 50점을 스코어카드에 작성했다. 동점을 기록한 김한별(24)·김민규(19)를 연장 1·2차전에서 차례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원을 손에 넣었다. 이수민의 올 시즌 첫 승이자 투어 통산 4승.
이수민은 앞서 올 시즌 개막전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을 공동 17위로 완주해 상금 620만원을 획득한 뒤 군산CC오픈 컷 탈락으로 상금을 늘리지 못했다. 시즌 세 번째 대회인 KPGA오픈 우승으로 누적 상금을 1억620만원으로 늘려 단숨에 이 부문 랭킹 2위로 도약했다. 상금왕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상금 누적액은 4억6994만원. 이수민은 이번 우승으로 2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할 힘을 얻었다.
KPGA오픈은 가장 적은 타수를 겨루는 보편적인 골프 경기와 다르게 홀별로 쌓은 점수를 합산하고 최다 득점자를 가리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앨버트로스에 8점, 이글에 5점, 버디에 2점, 파에 0점을 각각 부여하고 보기에 1점을 감점하는 식이다. 더블보기 이상으로 타수를 잃으면 3점이 깎인다. 홀별 기준타수를 1타라도 더 줄인 선수에게 가점이 부여돼 관전자의 흥미를 높이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수민은 다소 기복을 나타냈던 3라운드까지와 다르게 이날 마지막 18개 홀에서 ‘노보기 버디쇼’를 펼쳤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10대 돌풍’을 예고했던 김민규도 이날 보기 없이 버디 행진을 이어갔지만, 12점을 얻는데 그쳐 이수민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김민규가 정규 라운드에서 버디 1개를 더 잡았으면, 코리안투어는 지난주 군산CC오픈을 정복한 김주형(18)에 이어 2주 연속으로 10대 챔피언을 배출할 수 있었다.
이수민은 경험으로 10대 돌풍을 저지했다. 18번 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 1차전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경쟁자 중 가장 긴 거리인 약 4m짜리 버디 퍼트를 잡았다. 김한별은 1m를 조금 넘는 버디 퍼트를 놓쳐 탈락했다. 이수민은 같은 홀에서 이어진 연장 2차전에서 홀컵까지 3m 떨어진 버디 퍼트에 성공해 버디에 실패한 김민규의 마지막 추격을 뿌리쳤다.
이수민은 우승을 확정한 뒤 4년을 교제했던 최지연(30)씨와 결혼한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그는 “올해 중으로 계획했던 결혼식을 코로나 유행으로 올리지 못하고 혼인신고를 먼저 했다. 우승을 아내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