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업 살리기’ 급했다지만… 좀비기업까지 혈세 투입 부작용

입력 2020-07-20 04:04
영세 소상공인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찾아 코로나19 피해 지원금 상담을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140조원 규모에 달하는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책 덕분에 중소·중견기업들이 코로나19란 보릿고개를 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다만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좀비기업’까지 일괄 지원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을 짤 때부터는 선별적 지원의 틀을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에 코로나19 피해가 미치자 곧바로 금융지원책을 꺼내들었다. 1차 추가경정예산 등 긴급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135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가동했다. 여기에 3차 추경을 편성해 5조원의 자금을 더했다. 최소 14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면서 정부가 강조했던 부분은 신속한 지원이었다. 그러다보니 지원 대상의 피해가 코로나19 때문인지 만성적인 경영 악화 때문인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다. 좀비기업도 정책자금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형태의 지원은 정책자금의 효과를 반감한다는 게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2013년 기준 정상기업과 좀비기업의 자산 규모를 토대로 금융지원이 투자·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 포인트 늘면 관련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은 각각 0.53% 포인트, 0.18% 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 포인트 하락하면 정상기업은 11만명 규모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시기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며 치부하고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풀었지만 고용 회복이 더디다. 특히 청년층 피해가 크다. 통계청의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5~29세의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 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고용률 하락폭(-1.2% 포인트)과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1%로 전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유로존(6.5%) 미국(4.1%)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KDI의 한 연구위원은 19일 “급한 상황인 만큼 지원을 안 할 수는 없었지만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