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성전을 성전 되게

입력 2020-07-21 00:03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가 혼란 가운데 있습니다. 신앙의 중심이었던 교회 오는 길이 막혀버린 이 상황 앞에서 과연 ‘교회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합니다. 오늘 본문은 이에 대해 답합니다. 예레미야 7장은 예레미야 선지자의 ‘성전 설교’라 불리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예레미야는 지금 예루살렘 성전 안뜰로 통하는 문 앞에 서서 예배드리기 위해 성전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선포합니다.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성전이라 여화와의 성전이라 여호와의 성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4절) 그리고 그 이유를 9~10절에서 설명합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온갖 범죄와 우상 숭배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9절에서 말하는 백성들의 죄는 도적질(8계명) 살인(6계명) 음행(7계명) 거짓맹세(9계명) 우상숭배(1,2계명) 등입니다. 십계명 중 거의 모든 계명을 범하고 있으면서 그들은 성전에 와서는 이곳이 여호와의 성전이며, 여호와께서 지켜주시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들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십니까.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이 집이 너희 눈에는 도둑의 소굴로 보이느냐 보라 나 곧 내가 그것을 보았노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11절) ‘도둑의 소굴’이란 도둑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은 뒤 시시덕거리면서 자기 몫을 나누는 곳입니다. 하나님의 계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면서도 성전에 들어와서는 ‘우리는 구원을 얻었다’고 합니다. 성전 밖에서 어떤 삶을 살았든지 성전 안에 있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성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모든 일이 강도의 소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다를 게 없다고 고발합니다. 예레미야의 눈에 혹시 우리의 교회도 도적의 굴혈로 보이지는 않을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성전이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전이 될 수 있을까요.

5~7절을 보면 성전을 성전으로 만드는 조건이 제시됩니다. 성전에 와서 열심히 제사를 드리고 기도 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길과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기는 하지만, 그들의 예배는 성전 안에만 갇혀 있고 그들의 일상은 하나님 백성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웃에게 정의를 행하지 않았고, 약자였던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했으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죄한 자의 피를 흘렸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아무리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도 그곳은 더 이상 성전이 아닙니다. 성전을 성전 되게 하는 것은 성전 내부가 아니라, 성전 밖 삶입니다. 위선적 신앙생활을 버리고 삶이 예배가 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어느 순간 예배의 자리가 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장인 가정, 삶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이것은 축복입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리라는 주님의 명령을 망각하고 성전에 모이기만 힘쓸 때 하나님은 핍박을 통해 그들을 흩어지게 하셨습니다. 그 결과로 복음이 이방인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이번 코로나19는 우리가 교회 안에 머무는 대신 삶의 현장으로 나가라는 하나님의 사인이 아닐까요.

성전을 지키는 것은 성전을 붙잡고 사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지 아니하며 다른 신들 뒤를 따라가지 않음’으로써 성전을 성전 되게 하는 한국교회를 소망합니다.

임채영 목사(서부교회)

◇서부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주님의 기대를 마음에 품고 ‘이웃의 꿈이 되는 교회’라는 비전을 따라 나아가는 예수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