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해외유입 환자 치료비 왈가왈부는 창피한 일”

입력 2020-07-20 00:07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지난 17일 국내 코로나19 발생 6개월을 앞두고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1차장은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진 생활방역 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만 다행인 건 우리 국민이 방역수칙을 매우 잘 지켜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습격은 매서웠다. 6개월(19일 0시 기준) 만에 1만3745명이 감염됐고, 295명이 희생됐다. 코로나19가 모든 일상을 뒤바꾼 지 반년. 국민일보는 3회에 걸쳐 ‘코로나19와 함께 산 6개월’을 돌아본다. 그동안의 소회와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장소에 남은 상처를 짚어보고, 힘든 상황에서도 방역 전선에서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숨은 주역’들도 만나봤다.

대담=정승훈 사회부장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내 코로나19 발생 6개월을 앞두고 국민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고 있는 국민에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방역을 일상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는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일각의 국경 봉쇄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다.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은 메르스보다 낮은 2% 정도지만 빠른 전파속도를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국민의 60%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하는데 그럼 국민 5000만명 중 3000만명이 감염돼 6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진 생활방역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우리 국민이 방역수칙을 매우 잘 지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 교회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국내 병상에서 공공의료의 비중은 10%밖에 안 되는데 확진자의 80%를 공공의료가 맡았다. 그만큼 공공의료가 중요하고 더 확충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 (공공의료 강화)안을 올리면 투입 대비 효과가 낮다고 한다. 공공의료의 역할은 빈곤한 사람,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의료원이 없다. 현재 지방의료원 시설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내는데 재정이 열악한 지역은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 특히 인건비를 우선적으로 책정해 우수 인력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블루’로 불리는 정신적 우울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유행을 겪은 대구·경북민의 75% 정도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더 걱정되는 건 코로나19 위기가 완화됐을 때다. 큰 위기 동안에는 사람들이 긴장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지만 위기가 완화되면 오히려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의료진이나 확진자 가족 위주로 심리지원을 해왔는데 전 국민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만큼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내 자살예방정책과나 정신건강정책과를 국으로 격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복수차관제가 이뤄지면 이런 보건 쪽 역할이 좀 더 강화되나.

“차관 1명 더 생겨도 하부조직이 보강되지 않으면 의미 없다. 보건 관련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3년 동안 장관으로 있어 보니 일을 더 못 시키겠더라. 이미 과잉업무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K뷰티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1명이다. 1명이 장기계획도 짜고 현장파악까지 해야 한다. 차관을 늘리는 건 국회 입법 사항이지만 아래 실무자를 늘리는 건 행정안전부 몫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가 띄운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발이 크다.

“1차 의료기관을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수혜자로 만들면 된다. 초진은 무조건 대면 진료로 하고 이후 진료를 비대면으로 하면 문제가 없다. 비대면 진료가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 우려하는데 지금 평균적으로 1분이면 진료 끝내는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평균 30분 걸리는 비대면 진료를 할까.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해외 근로자 등은 화면상으로라도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데 이를 막기만 하는 건 순리가 아니다.”

-최근 해외유입 사례가 급증하는 데 대해 보다 강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68%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경을 닫으면 생존할 수 없는 나라인 셈이다. 해외유입 환자의 70%가 내국인이고 외국인 확진자의 72%는 우리나라에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다. 우리 국민과 동일하게 대우해줘야 한다.”

-‘한국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이 됐다.

“서구의 아시아 근무 외교관들이 의료 분야에서 긴급하게 도움을 받던 나라가 과거엔 태국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건강검진 할 테니 허용해 달라고 한다. 우리나라만큼 약값이 합리적인 곳이 없어 각국에서 필수의약품 요청이 들어온다. 우리 중소기업이 만들 수 있는 약들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개발하면 싼값에 공급하려 여러 안을 구상하고 있다. 국가적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국경 봉쇄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한국의 위상이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19와 함께 산 6개월]
▶①-2
▶②
▶③-1
▶③-2

정리=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