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사 주체를 놓고 서울시와 피해자 측이 접점을 찾지 못해 조사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당초 서울시 감사위원회와 여성단체, 법률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방침을 정했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참여할 경우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여론에 방침을 바꿔 외부 인사들로만 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결정이다. 이 사건은 워낙 휘발성이 강한 데다 사회적 관심도 커 조사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과의 객관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피해자 고소 내용 유출 의혹 건과 달리 이 사건의 핵심인 성추행 의혹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수사의 실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의 조사가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 조사단에 피해자 측이 원하는 전문가집단이 포함된다면 불필요한 편향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데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조사단 구성에 소극적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직 비서를 지원하는 이들 단체는 전문가 추천 등 조사단 구성에 협조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번번이 묵살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를 믿지 못하겠으면 여성단체가 주도하는 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맞는다. 더욱이 서울시가 조사단에서 빠지기로 한 이상 조사단 구성을 지연시킬 필요성도 찾기 어렵다. 진상 규명이 늦어질수록 피해자의 고통 또한 그에 비례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현직 서울시 직원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들 단체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지금보다 일단 조사를 하는 게 낫다. 서울시도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사설] ‘서울시 합동조사단’ 구성, 이렇게 어려워서야
입력 2020-07-2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