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어떻게 해야 하나

입력 2020-07-20 04:0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이후 그의 죽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 나아가 2차 가해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잠시 눈앞의 현실에서 눈을 떼고, 장래의 일을 생각해 보자. 이제부터 서울시는 어떻게 운영돼야 하며, 후임 시장은 언제 어떻게 선출돼야 하는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1년에 한 번, 4월 첫 번째 수요일에 치르게 돼 있다. 이 조항은 과거 1년에 두 번(4월 마지막 수요일과 10월 마지막 수요일) 치르던 것이 2015년 8월 13일의 법 개정으로 변경된 것이며, 개정 이유는 잦은 보궐선거로 인한 정치적 대립과 재정부담 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앞으로 9개월 동안 서울시장직은 공석이며, 서울시는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같은 해 5월 9일 보궐선거를 치렀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또한 2011년 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사퇴하자 두 달 후인 10월 26일 보궐선거가 치러졌던 것과도 비교된다.

여기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보자. 과연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는 묶어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보궐선거를 1년에 한 번으로 제한하는 것은 타당한가? 그로 인해 권한대행이 장기화되는 것은 또 어떤 문제를 낳는가? 과연 보궐선거로 인한 정치적 대립과 재정부담이 그 모든 문제보다 중요한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갖는 의미와 비중이 특별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보궐선거를 대통령 선거와 기타 선거로 구분할 이유는 되지 못하며, 더욱이 대통령 선거가 아닌 모든 선거를 묶어서 한꺼번에 치르는 것도 불합리하다.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는 것으로 인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이외의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심지어 자기 지역 후보자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까지 묶어서 한꺼번에 치르는 것은 선거관리에 따른 비용 지출과 편의성만을 따진 것이지 국민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나마 1년에 두 번 치르던 보궐선거를 한 번으로 줄여 놓아서 국민 의사의 왜곡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부시장에 의한 권한대행이 장기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장기화 문제와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장기화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를 간과하는 것일까?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그 권한의 양적 크기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는 질적으로 같다. 서울시장직이 대선을 향한 유리한 고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년이 채 남지 않은 잔여임기 중에서 9개월을 권한대행체제로 운영한다면, 후임 시장의 임기는 불과 1년 남짓이다. 결국 내년 4월의 보궐선거는 차기 지방선거 또는 대선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할 것이며, 후임 시장은 임기 시작과 더불어 시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보다는 차기 선거를 준비하는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보궐선거를 1년에 한 번으로 제한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민주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도록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지방선거를 일률적으로 같은 날 치르도록 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이와 연계해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보궐선거에 의한 지방단체장의 임기를 잔여임기가 아닌 임기의 새로운 시작으로 인정하는 것까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법을 바꿔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대통령 보궐선거처럼 60일 이내에 치르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현행 보궐선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가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