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만은 성공해야”… 세상적 욕심이 부모·자녀의 삶 망쳐

입력 2020-07-21 00:07 수정 2020-07-21 11:17
SDC인터내셔널스쿨 오케스트라단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서리풀 페스티벌’에 참여해 합주하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자녀를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처받고 손상된 부모 자신의 연약함을 바로잡고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돼보지 않고선 드러나지 않았을 결점과 단점을 부모가 됨으로써 경험하는 것입니다.

부모들에게는 자신이 해내지 못한 것들을 내 자녀도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두려움은 과거부터 내면에 존재한 것인데 부모가 됐을 때 자녀에 대한 두려움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부모가 가진 자녀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는 일은 자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인생을 소생시키기 위한 필수과정입니다. 어쩌면 자녀가 희생양이 돼 부모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두려움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어떤 두려움이 자녀와 부모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지, 자녀에 대한 부모의 두려움 5가지 중 지난 칼럼에 이어 네 번째를 제시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자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내 자녀가 뒤처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교육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저 부모 개인의 생각 속에나 존재하는 이상적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자녀가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 ‘우리 애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합니다. 자녀에 대해 완벽주의를 추구하다가 그렇게 될 수 없는 자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결국, 그 두려움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자녀의 자존감을 땅에 떨어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시킵니다.

자녀가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부모들은 뭔가에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자녀를 가차없이 몰아붙입니다. 무엇이든 상승·하락·정체기를 반복하며 성장한다는 이치를 무시한 채 자녀의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학원을 바꾸고 온갖 과외를 시킵니다. 자녀가 실패하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녀에게 지나치게 ‘경쟁’과 ‘약육강식’ 논리를 주입하고 강조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부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자녀의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해 부모가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자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거나 자녀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성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자녀가 자신의 부족함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신의 기준보다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방식은 반드시 자녀에게 수치심을 심어줍니다.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 않아도 자녀가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의 눈빛과 자녀를 대하는 태도만으로도 자녀는 수치심을 느낍니다. 자녀가 뒤처짐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치심을 느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두려움이 도리어 자녀에게 수치심을 남깁니다. 자녀가 더 뒤처진 인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이런 부모의 자녀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만족시켜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강박 속에 갇히고 평생 자신을 하찮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 두려움은 자녀의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세상의 성공만을 바라보는 욕심에서부터 생기는 현상입니다. 축구에 소질이 있는 아이를 데리고 수영선수를 시켜보겠다고 열심히 수영만 시키다가 수영을 잘 못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입니다. 내 자녀가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데 오로지 교내 성적 1등만을 강요하면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고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며 자녀와 부모 자신의 삶을 난도질하는 것입니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내 자녀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현재 어떤 수준인지를 정확하게 진단받아야 하고 부모가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진단을 통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의 학습능력이 있는지 다른 어떤 분야에 소질을 가졌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만일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게으른 습성으로 인해 생긴 것인지,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각각 개인의 특성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부분을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해줘야 합니다.

두려움을 가진 부모로부터 시작된 교육은 절대 자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녀가 잘되길 원한다면 먼저 부모의 두려움을 제거해야 합니다. 부모가 10대에 느낀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님 앞에 겸허히 내려놓고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마 11:29)하신 예수님의 사랑 교육법을 전적으로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모든 주권이 예수 그리스도께 있음을 믿는 믿음으로 자녀를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계획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축복이 임하시길 소망합니다.

서대천 목사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