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산을 올랐다. 길가의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려니 ‘치이’ 하는 애매미소리. 벌써 초복이 지났으니 매미소리가 들릴 법도 하다. 자연의 소리는 반복해서 들어도 싫지 않다. 파도가 굴리는 조약돌 소리, 솔잎 향을 지닌 바람 소리가 그렇고, 여름의 소나기 지나는 소리며 벌레 소리까지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옛 선비들은 염천에도 그저 찬물에 발을 담글 뿐 더위를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더위는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의 한 방편. 나무 그늘에서 부채질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가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었다. 버들은 달콤한 홍시를 먹을 수 있는 감나무도 아니고 새콤한 열매를 딸 수 있는 능금나무도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버드나무를 심다니. 그는 물질보다 정신을 높게 생각했다. 새싹 돋아나는 봄철이면 꾀꼬리 노래를,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줄 매미소리를 듣기 위해 버들을 심었다. 곧 선비정신이다.
오늘의 세태는 어떤가. 언제나 창문이 굳게 닫혀 있다. 현대인은 자연을 외면하고 사는 관계로 벌레 소리의 그윽한 음향과 소쩍새의 애절한 사연을 모르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 우는 매미소리가 시끄러워 나무를 베는 일을 두고 누구를 탓하랴. 길고양이의 울음에 잠을 설친다며 화살을 날린다. 우리 곁에서 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섬뜩할 때가 있다. 물질을 앞세우는 이들은 가슴이 메마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빈 마음을 채울 수 없어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초조해 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몸을 기댈 집이 없어 시달리는 이웃이 많다. 그들을 위해 작은 집을 지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중형에서 점차 너른 평수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집 없는 이들을 외면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물질만으로는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없다. 지금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아닌가.
오병훈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