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연일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와중에 진성준(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대책에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발언을 꺼내 논란을 키웠다.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방침에 청년 개미 투자자의 반발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재검토를 지시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부동산·주식 정책을 놓고 당정청의 엇박자에다 여당 의원의 설화까지 불거지면서 민감한 정책의 신뢰도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 의원은 16일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 등과 설전을 벌였다. 토론회 직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비대위원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가 없다”고 하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거다. 부동산 뭐 이게 어제 오늘 일입니까”라고 발언했다.
정책 효과를 의심하는 듯한 여당 의원 발언에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부동산 대책을 못 믿겠다는 항의가 잇따랐고, 포털 사이트에선 ‘3040(세대) 문재인에 속았다’는 문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진 의원은 17일 입장을 내고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게 아니라 과장되게 집값 하락 공포를 조장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집값 하락 우려로 투기 규제를 막으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통합당은 진 의원 발언이 여권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논평을 내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진 의원 발언은 단순 실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국토위 퇴출을 요구했다.
전날 국회 개원연설에서 집값 안정 의지를 피력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금융세제 개편안 보완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이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2023년까지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후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개인 투자자 반발은 계속돼 왔다. 문 대통령 지시는 이런 반발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자칫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시장 대신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에 주식 양도세 철회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부 정책을 보완하는 선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편안 시행 시기 및 양도세 공제액 조정을 통해 과세 대상을 줄이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시에 통합당은 “대통령 따로, 부처 따로인 아마추어 정부에서 국민은 혼란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금융세제 선진화 방침은 부총리가 앞장서서 발표한 사안인데 이중과세라는 반발이 일자 대통령이 또 선심 쓰듯 나섰다. 정부 부처를 바보로 만들더라도 청와대만 생색내면 된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전슬기,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