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한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전 비서 측이 시청 내부의 성적 괴롭힘 의혹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평소 서울시가 성인지 감수성이 가장 뛰어난 지자체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과연 요즘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를 돕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이 샤워를 마치고 벗어둔 속옷의 뒤처리를 여성 비서에게 맡겼다고 주장했다. 혈압을 재는 일이나, 낮잠을 깨우는 일도 비서에게 시켰다. 그 과정에서 ‘자기(피해자)가 재면 혈압이 높게 나온다’ ‘여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등의 성희롱성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잘 나온다면서 주말 새벽에 나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에게 시켜서도 안 될 일이고, 해서도 안 될 말이었다. 오죽하면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시 여성 비서는 ‘극한 직업’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이런 일들이 비단 박 전 시장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비서에게 시장의 비위를 맞추도록 하고, 업무와 전혀 엉뚱한 일을 지속적으로 시킨 것은 비서실을 비롯한 서울시 차원의 그릇된 성인식 때문에 빚어진 일일 수 있어서다. 특히 일부 직원들이 시장 결재를 받기 전 비서에게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요구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성차별이자 또 다른 성적 괴롭힘이다. 비서가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요구한 부서 이동을 막은 것 역시 괴롭힘 방조 행위일 수 있다.
시청 내의 여러 성희롱, 성차별 의혹이 제기된 만큼 조속히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피해자가 시장을 고소한 이후 서울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정무직 측근들이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압박하려고 시도한 정황에 대해서도 진상 은폐 또는 무마 시도가 아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지만 과연 이런 부분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게다가 조사단 구성을 맡은 서울시 간부가 지난 13일 피해자 측에 성추행 폭로 회견을 미뤄 달라고 요청한 당사자인 것으로 전해져 조사단 구성의 공정성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논란과 의문이 확산되는 만큼, 수사 당국이 서둘러 시청 6층의 시장실, 비서실, 보좌진 사무실 등에 대한 증거를 보전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서울시 성적 괴롭힘 방치한 게 더 문제다
입력 2020-07-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