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신공항 백지화 막자”… 술렁이는 군위 민심

입력 2020-07-21 17:17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감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의성비안·군위소보) 결정 유예 시간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단독후보지(군위우보)를 고수해온 군위군의 입장에 변화가 없어 사업 무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이 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재검증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무산될 경우 행여 빌미를 주지 않을까 지역민심은 우려하고 있다.

군위군이 대승적 차원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인센티브 등 후속 조치를 위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만큼 경북도와 대구시의 막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앞서 국방부는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단독후보지는 ‘부적합’을, 공동후보지는 이달 31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따라서 선정위가 제시한 31일까지 군위군이 공동후보지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을 위해 지난 4년간 공들여온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자 ‘백지화는 안된다’는 여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군위군은 ‘협상불가’로 맞서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위군 협상불가 고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통합신공항 건설은 군위·의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이 세계로 나아가는 하늘길을 여는 천재일우(千載一遇) 기회”라면서 “7월 31일까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도정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도 선정위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군위군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배려와 양보로 ‘아름다운 합의’를 사실상 제안했다. 김 군수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인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어떠한 경우라도 무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반드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특히 군위군 위주의 시설배치에 대해 섭섭함도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주민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7월 31일까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의성군수, 군위군수 등 4개 지자체장은 물론 관계 중앙행정기관도 군위군수의 유치신청 설득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바란다”며 “특히 군위군수와 의성군수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왜 벼랑 끝까지 몰렸을까.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차선책으로 대구국제공항과 군 공항(K2)을 통합해 이전할 것으로 대구시에 제안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2017년 2월 국방부는 예비 이전후보지로 의성비안 군위소보(공동)와 군위우보(단독)를 선정했고 이듬해 1월 대구 경북 군위 의성 4개 지자체장은 국방부의 안대로 후보지 2곳 모두를 이전후보지로 결정했다.


되돌아 본 4년 ‘갈등’ 연속

이후 주민투표 과정을 두고 약간의 혼선이 있기는 했지만 국방부가 나서 군위군민은 단독후보지와 공동후보지(2표)에 대한 찬반을, 의성군민은 공동후보지(1표)에 대한 찬반을 투표하고 찬성률(50%)과 투표참여율(50%)을 합산한 결과가 군위 우보가 높으면 단독후보지를, 군위 소보나 의성 비안이 높으면 공동후보지를 선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마침내 2020년 1월 21일 주민투표가 치러졌고, 합산 결과 의성 비안 89.52%, 군위 우보 78.44%, 군위 소보 53.20%로 공동후보지로 최종 결정됐다.

여기서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주민투표 결과에 당연히 승복 할 줄 알았던 군위군이 2위를 한 단독후보지에 유치 신청을 한 것. 공동후보지인 소보면은 찬성률이 25%였고, 단독후보지 우보면은 76%였던 만큼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게 김영만 군위군수의 입장이었다.

반면 의성군은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공동후보지로 유치 신청을 했다. 이를 놓고 국방부는 지난 3일 제6회 대구 군공항(K2)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어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단독후보지는 ‘부적합’ 결정을, 공동후보지는 선정기준을 충족했으나 군위군이 신청하지 않아 7월 31일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합의냐 무산이냐

군위군의 ‘돌발행동’에 대구시 경북도 의성군은 물론 지역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년 이라는 긴 시간 속에 이뤄진 합의와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주민의 뜻을 물은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한다는 거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더욱이 김영만 군수는 지난 2018년 1월 19일 단독·공동후보지 2곳을 이전후보지로 선정해 줄 것에 합의했고, 이듬해 11월 12일 국방부의 ‘제4회 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위원화의 조사 결과에 대해 관련 지자체의 조건 없는 승복에 합의’한다는 내용의 심의 의결서에도 서명한 사실이 경북도의 공식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국방부가 군위우보 단독후보지를 탈락시키면서 공동후보지만 남은 상황에서 군위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국방부·대구시·경북도가 군 영외 관사와 민항 터미널을 군위군에 배치할 것을 약속한 상황에서 ‘무산’보다는 ‘협치’를 통해 공동후보지로 선회하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해 더 현명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인 의성비안·군위소보 선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잇따라 올랐다.

‘군위군수는 소보 유치 신청을 하라’는 청원에 3000명 넘게 동의했다. 또 대구통합신공항 소보-비안 공동유치위원회가 '소보-비안 공동후보지로의 대구통합공항이전 무산을 막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9일 올린 청원에는 1200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들은 청원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지난 1월 21일 주민 투표에 의해 공동후보지로 결정이 났지만 투표결과에 불복하고 탈락지로 판정한 우보만 고집을 하고 있는 김영만 군위군수는 국민적 투표결과에 따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최재용 쿠키뉴스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