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토론 표현의 자유 폭넓게 보장돼야”… 대법관 다수 의견

입력 2020-07-17 04:0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16일 김명수(왼쪽)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TV 선거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친형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한 이 지사의 답변이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공적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한 발언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표현의 자유도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강제 입원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도 받았지만 1~3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입원 절차를 밟았는지 및 이 지사의 답변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1심은 이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3심 모두 이 지사가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다만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7명은 이 지사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이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상대 후보자의 질문은 강제 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것이었고, 이 지사의 답변은 이를 부인하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지사가 친형의 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것을 말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을 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하기는 무리라고 봤다. 결국 이 지사 발언의 정당성은 여론과 정치적인 영역에서 판단할 부분이며 형사적인 처벌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원칙을 더 강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법관 가운데 5명은 소수의견에 섰다. 과거 이 지사의 다른 사건을 변호했던 김선수 대법관은 이번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소수의견 대법관들은 이 지사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수차례 지시·독촉한 점을 지적했다.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답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진실이 아닌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이다.

소수의견 대법관들은 허위사실 공표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다수의 논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선거제도의 기능을 훼손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후보자 토론회가 매우 강력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론회에서 허위사실 유포가 허용되면 토론회의 질이 낮아지고 유권자들은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토론회에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후보가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공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