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TV 선거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친형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한 이 지사의 답변이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공적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한 발언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표현의 자유도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강제 입원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도 받았지만 1~3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입원 절차를 밟았는지 및 이 지사의 답변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1심은 이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3심 모두 이 지사가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다만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7명은 이 지사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이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상대 후보자의 질문은 강제 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것이었고, 이 지사의 답변은 이를 부인하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지사가 친형의 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것을 말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을 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하기는 무리라고 봤다. 결국 이 지사 발언의 정당성은 여론과 정치적인 영역에서 판단할 부분이며 형사적인 처벌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원칙을 더 강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법관 가운데 5명은 소수의견에 섰다. 과거 이 지사의 다른 사건을 변호했던 김선수 대법관은 이번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소수의견 대법관들은 이 지사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수차례 지시·독촉한 점을 지적했다.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답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진실이 아닌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이다.
소수의견 대법관들은 허위사실 공표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다수의 논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선거제도의 기능을 훼손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후보자 토론회가 매우 강력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론회에서 허위사실 유포가 허용되면 토론회의 질이 낮아지고 유권자들은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토론회에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후보가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공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