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한국경제 회복 경로가 당초 예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종전 경제성장률 전망치(-0.2%)에 힘을 실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주 만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한은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5월 28일 통화정책방향 발표 당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신규 및 잔존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3분기에 감소세를 보이고 봉쇄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었다. 금통위는 이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이후로도 한 달간 코로나19 동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한은은 비교적 낙관적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달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에서 이 총재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의 진정 시점이 조금 더 늦춰지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본 시나리오를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 하고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상황에서도 각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점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한은이 결국 기대치를 낮춘 것은 2분기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거세지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미국은 주에 따라 경제활동 재개를 현 수준에서 멈추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과 3주이기는 해도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우선 수출 감소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대단히 컸고 이것은 곧바로 2분기 성장 전망치를 (5월보다)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넘게 감소한 지난 4,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10.9% 줄며 2분기 전체로는 20.3% 감소했다. 당초 한은은 상반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하며 2분기는 -2.0%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이들 수치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였다.
이 총재는 “7월 2주가 흘렀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며 “워스트(최악) 시나리오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진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5월 경제 전망 당시 최악을 가정해 산출한 성장률은 -1.8%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5.1%를 기록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결국 우리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향방은 거의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런 전제하에서는 워스트 시나리오까지는 안 갈 것 아니냐는 기대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연간 성장률이 -1.8%까지 내려가려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분기 3%씩 하락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며 “총재는 하방위험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