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가장자리에 앉는 사람
가운데 자리는 자식에게 식구에게
다 내주고 모서리에 앉는 사람
살 깊은 가운데 토막은 슬그머니
자식들 앞으로 밀어 놓고
가시 살을 발라먹는 사람
나는 이렇게 모서리에 앉아도
너는 그러지 말아라!
슬그머니 모서리로 나앉는 사람
밥 한술 들어서 슬그머니
아이들 밥그릇에 얹어 주는 사람
할 말이 아주 많은 사람
그래도 아무 말도 못 하는 사람
돌아서서 푹푹 한숨 쉬는 사람
늘 가장자리에 앉는 사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
알고 보면 속이 텅 빈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늘 우리 곁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가장 못난 사람
가시 살을 발라먹는 사람
성선경의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중
시에서 묘사하는 가장은 어쩌면 요즘의 가장들과 꼭 포개지는 이미지는 아닐지 모른다. 앞선 세대의 가장에 좀더 부합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늘 더 좋은 것은 자식들 앞으로 밀어 놓고, 늘 가장 자리에 앉는 가장의 마음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