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으르렁대던 산업부-환경부, 불편한 뉴딜 동거

입력 2020-07-17 00:23

정부는 16일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그린 스마트 스쿨’ 전환, 친환경 미래차 보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그린 뉴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그린 뉴딜 발표를 두고 환경부와 산업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뒷얘기도 관가(官街) 일각에서 나온다. 그동안 두 부처가 정반대 성격의 업무 탓에 종종 충돌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부 업무가 주로 산업계를 지원하는 성격이라면 환경부의 업무는 산업계를 규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업 규제와 친환경 정책기조를 강화해온 현 정부에서는 환경부 입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부가 산업부의 고유 영역이었던 전력수급기본계획 설정 과정에 개입하면서 두 부처 간 긴장감은 한껏 고조된 상태다. 산업부가 올해 안에 확정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거치게 돼 있는데, 환경부는 지난달 산업부가 제출한 초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 여부와 미세먼지 환경개선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사실상 산업부의 초안에 ‘퇴짜’를 놓은 셈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5월 올해 전력 공급의 19.2%를 차지하는 원전과 27.1%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을 2034년까지 각각 9.9%, 14.9%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발전을 15.1%에서 40.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문가 워킹그룹 논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에너지 이전에도 환경부와 산업부는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 관리법)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긴장 관계를 이어 왔다. 기업들은 화평법과 화관법이 유럽연합(EU)이나 선진국보다 규제 강도가 높고 영업비밀인 화학성분까지 정부에 보고하게 하는 것이 지나치다며 규제 완화와 적용 시기 유예 등을 요구해 왔다. 산업부도 이런 업계 의견을 여러 차례 환경부에 전달했지만, 환경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 뉴딜 역시 환경부가 키를 잡고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이날 그린 뉴딜 계획에 대한 합동 브리핑은 환경부가 입주한 세종청사 6동에서 열렸다. 환경부는 최근 부내에 그린뉴딜추진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환경부 눈치를 봐야 할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