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로는 더 이상 돈 벌 수 없다는 점 분명히 하겠다”

입력 2020-07-17 04:03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흰색 마스크를 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있지만, 전원 검은색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사진 위쪽)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 개원식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48일 만에 열렸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과 국정 전반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여야 정당의 색깔을 함께 넣은 넥타이까지 매고 협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 연설에 더불어민주당은 박수로 화답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1가구 1주택의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 청년 등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과 주거 안정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기 위해 여야 4개 정당의 상징색이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김지훈 기자

문 대통령은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라며 야당에 협조를 구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다른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야당에 손을 내미는 대목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남북 관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해서도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야당의 협조를 여러 번 구한 것은 20대 국회 여야에 대한 성찰이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와 관련해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라며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협치를 강조하기 위해 각 당의 상징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총 20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반면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 갑질민주주의 붕괴 규탄’이라고 적힌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흰 마스크를 쓴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통합당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문 대통령 입장 및 퇴장 때 기립해 예우를 갖췄지만, 연설 도중 박수를 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통합당 측에서 “에이 협치합시다”라는 야유가 나왔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곧바로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협치는 너무 절실하다”며 “각 당 대표님들도 또 청와대에 모실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개원식 후 국회 본관을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 남성이 벗어 던진 신발. 김지훈 기자

한편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환담하고 의사당을 나서는 길에 한 남성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문 대통령을 향해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신발에 맞지 않았고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제압됐다. 국회 경내인 데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벌어진 사건이어서 국회 경비와 대통령 경호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경호처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임성수 심희정 박재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