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22)씨와 부친 최영희씨가 지난 3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팀닥터’ 역할을 했던 운동처방사 안주현(44)씨를 고소할 당시 경찰에 안씨의 무자격 의료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희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월 중순 경주경찰서에서 최 선수와 함께 조사를 받을 당시 김규봉 감독, 장윤정 선수 등과 함께 팀닥터 안씨도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숙현이와 3월 중순 경주경찰서에 갔을 때 담당자가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서 ‘팀닥터는 건강관리 해준 대가로 돈을 받았으니까 조사할 필요가 없겠다’며 고소장에 X자를 쳤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는 지난 4월쯤 담당자에게 전화해 팀닥터의 자격을 확인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씨는 “치료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팀닥터가 아무래도 돌팔이(무자격)인 것 같으니 의사면허증이 있는지, 또 심리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으니 관련 자격증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담당자에게 요청했다”면서 “담당자는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경찰서가 지난 5월 29일 검찰에 보낸 기소의견에서 안씨에겐 폭행 혐의만 적용됐다. 최 선수가 같은 달 31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부터 받은 고소고발사건처분결과통지서 역시 폭행 혐의만 적용됐다. 최 선수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안씨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선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최씨는 “부실수사 아니냐”고 토로했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당시 담당자의 발언 내용에 대해선 취지와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한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폭행 혐의만 적용했던 부분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잠적했던 안씨를 지난 10일 대구에서 체포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씨가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처럼 행세하며 선수들에게 마사지 등 의료행위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를 뒤늦게 적용한 것이다. 안씨는 “미국에서 의사 면허를 땄다”며 “세계적인 선수 펠프스를 맡아 관리했다”고 선수단을 속이면서 의사 행세를 해왔다. 트라이애슬론 전직 선수로 김 감독과 선후배 관계인 A씨(34)는 “김 감독도 최 선수가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팀닥터에 대한 신상정보를 알게 되면서 무자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칠곡·대구=정우진 이동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