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교회 포비아’를 조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 경북 충남 등의 일부 학교가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교회 방역강화 조치와 처벌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가정에 발송했다. 해당 통신문은 교육부가 중대본 자료를 바탕으로 시·도 교육청에 전달한 공문을 일선 학교가 가정통신문 형태로 만들어 학생 편에 전달한 것이다. 중대본은 지난 10일부터 교회 정규예배를 제외한 소모임과 단체식사를 금지하고 위반시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독 학부모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회 출석’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인천의 학부모 김모(44·여)씨는 16일 “학교는 교회 방역강화 방침과 벌금에 관한 내용까지 넣어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며 “누가 봐도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지 말라는 말로 이해돼 불쾌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아이들 안전을 지키고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자는 취지로 상급 기관에서 내려온 방역 지침을 전달했을 뿐, 학교의 의견을 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교회의 헌혈을 막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천군기독교연합회는 지난 12일 헌혈행사를 앞두고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로부터 중대본 지침에 따라 헌혈 장소가 교회라면 행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날 헌혈 장소는 교회가 아니라 서천군 문화센터 광장이어서 신청자 80여명 중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헌혈을 할 수 있었다. 한철희 서천제일감리교회 목사는 “공주시기독교연합회도 중대본 지침에 따라 교회가 아닌 공공장소에서 헌혈행사를 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기독교인들이 대부분 코로나19에 감염돼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더크로스처치교회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뉴스를 듣고 지난달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헌혈을 하겠다고 연락했는데 교회 헌혈은 받지 않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고 말했다. 남부혈액원 관계자는 “특정 종교, 단체를 대상으로 헌혈을 거부하는 일은 없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주요 교단장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교회 방역강화에 대한 교계 입장을 전달했다. 육순종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은 “교계와 정부가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했다”면서 “박 장관은 정부 조치가 세밀하지 못했던 점에 양해를 구하고 교회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장창일 서윤경 황인호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