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팀닥터의 ‘위험한 손길’… “최숙현 등에 부적절한 마사지”

입력 2020-07-17 04:02
지난 13일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45)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기자들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차에 탔다.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22)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 중 한 명인 안주현(45) 운동처방사가 지난 2012~2013년 중학생이던 최씨와 동료들을 대상으로 상의를 탈의시킨 뒤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하는 등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와 함께 운동했던 A씨는 14일 국민일보와 만나 “훈련이 끝난 뒤 안씨가 몸을 진정시켜준다며 상의 속옷까지 다 벗으라고 한 뒤 몸 위로 올라타 어깨, 등, 다리, 허벅지 등에 오일 마사지를 해줬다”고 밝혔다.

마사지는 보통 경북 경산의 경산시장 근처 팀 숙소였던 모텔 방이나 안씨가 근무했던 내과 등에서 이뤄졌다. 최씨가 수영에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뛰었던 경북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이 모두 대상이었다. 다른 동료 B씨는 “안씨가 모텔 방바닥에 누우라고 한 뒤 브래지어 끈을 풀라고 했는데, 당시 한 공간에 남자 선수들이 있었던 적도 있다”며 “병원에선 커튼을 친 병상 안쪽에 안씨와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마사지를 받았다”고 상기했다.

선수들은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과 안씨의 권위 때문이었다. 당시 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경북 트라이애슬론의 아버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꿈나무 육성 명목으로 제자가 맡고 있던 중학생 팀 선수들을 지도했다. 김 감독과 2008년부터 함께하게 된 안씨도 이때 자연스레 개입됐다. A씨는 “당시엔 ‘안씨가 대단한, 높은 사람이다’란 말을 김 감독에게 들었던 터라 부끄러워도 시키는 대로 했다”고 떠올렸다.

안씨는 최근 경주시청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주시청 피해 선수들은 “치료를 이유로 가슴, 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뺨을 때리곤 ‘내가 널 얼마나 이뻐했는데’라며 볼에 뽀뽀했다”는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A씨는 “사건이 터진 뒤 안씨에게 몸을 맡겼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고, 지난 3주 동안 매일 밤 잠을 못 잘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장세인 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은 “팀닥터는 물론 트레이너들도 아로마 마사지는 절대 안 한다”며 “특히 여성 선수들은 맨살을 드러내야 할 경우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게 하는 등 조심해야 하는데, 무자격자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원치 않았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면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칠곡·구미=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