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저소득층만 주면 적자 가구 절반 이상 줄인다”

입력 2020-07-17 04:04

경제 위기 때 모두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어려운 가구 위주로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이 적자 가구 비중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5월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 가구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이 선별 현금 지원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소득 지원은 취약 계층에 집중하되 자산 보유 가구에 대해서는 신용(담보대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 유동성 위험 완화와 재정 절감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KDI는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에 얼마나 많은 가구가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 분석했다. 유동성 위험은 소득 대비 필수 지출이 커 ‘적자’인 상태가 3개월 지속될 때 이를 메울 자산(현금 또는 금융자산)이 없는 가구다.

경제 위기로 전 가구의 소득이 10%씩 감소하면 유동성 위험 가구는 전체의 3.1%에서 3.7%로 0.6% 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이 20%씩 줄면 비율이 1.6% 포인트(3.1%→4.7%) 상승했다. 저소득층 충격이 역시 컸다. 전체 소득이 20%씩 하락할 때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은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는 4% 포인트 증가하지만,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0.3%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KDI는 100만원 현금 지원에 따른 변화를 분석했다. 전 가구 소득이 20%씩 감소할 때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은 4.7%였는데, 일괄 100만원씩 주면 비율이 2.7%로 줄었다. 반면 취약 가구만 100만원을 주고, 그 외 가구는 신용 지원을 했더니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이 4.7%에서 1%까지 하락했다. 선별지원 시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 하락폭(3.7% 포인트)이 일괄지원(2.0% 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선별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KDI는 “저소득 가구는 100만원의 적은 금액만으로도 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고소득 가구는 관련 가구 비율이 적고, 적자액이 큰 편이라 신용 지원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선별지원의 장점은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하지만 당정은 최종 100% 지급을 결정했다. KDI는 “가계 지원 목적은 유동성 위험 완화뿐 아니라 내수 활성화와 복지 등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