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은 아파트 경비원 문제부터 돌아봤으면”

입력 2020-07-20 00:02
우성구 서울 새날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대원 만우기념관 앞뜰에서 20년 빈민사역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신앙은 입으로 전하는 게 아니고, 삶의 에토스(자세)로 전달된다고 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 문제부터 돌아봤으면 합니다.”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만우기념관에서 지난 10일 만난 우성구(50) 서울 새날교회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20년간 빈민사역을 해온 우 목사는 지난 5월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사망한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대책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경비노동자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은 드물지 않다. 2014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선 경비노동자가 분신하는 일도 있었다. 우 목사는 대책위 활동을 통해 서울 강북구청을 상대로 경비노동자에 대한 인권 실태조사, 노동환경 보호 조례 제정, 지원센터 건립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구약에서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며 노동을 하게 되니 노동을 죄의 대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도 천지를 창조하실 때부터 스스로 노동하셨고 이후 안식을 취하셨습니다. 노동을 낮춰보는 문화가 먼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공동체 외의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노력도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다수인 경비노동자 문제부터 크리스천들이 뜻을 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인 우 목사는 빈민사역을 하는 두루두루배움터의 대표와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근 주민들과 뜻을 모아 한 아파트 주민자치위원회가 81명의 경비원을 40여명으로 줄이려는 일을 재고하도록 도왔다. 소정의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노동자에 대한 초단기 계약을 남발하고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대거 직장을 잃게 만드는 게 과연 꼭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보자고 호소한 결과였다.

우 목사는 이날 ‘아시아 주민운동연대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하고 있었다. 두루두루배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료급식 시설이 줄어들자 월요일 하루 동네 노인 50여명의 점심 식사를 책임지는 일을 새로 시작했다. 우 목사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 제겐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산하인 장로회신학대 신학과를 졸업했지만, 실천적 신앙관을 좇아 한신대 신대원에 진학했다. 그런데도 장신대 총동문회는 올해 초 우 목사를 ‘2020 광나루선교회 디아스포라 동문 지원’ 사회복지 분야 지원자로 선정했다. 우 목사는 “30년 만에 광장동에서 동문들의 격려를 받을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며 “교단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