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벨트는 후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

입력 2020-07-17 04:0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도 당정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걸 보면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해제를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한 땅이다. 주택지 확산 등으로 도시 환경이 악화돼 가는 속에서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그린벨트다. 과거 몇 차례 해제해 이제 서울에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것마저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것은 환경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저열하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풀어서까지 추가 공급해야 할 정도로 서울의 주택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지난 2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매입한 비율은 23.9%였다. 강남3구는 외지인 비율이 27.9%로 더 높다. 지방의 큰손들이 투자 목적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주택자 비율도 2012년 13.1%에서 2018년 15.8%로 증가했다. 집값이 너무 치솟아 주택을 공급해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가운데 상당 물량은 다주택자나 지방 큰손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 집중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하더라도 몇 년 지나면 주변과 비슷하게 집값이 오르는 걸 누차 경험했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해제 지역 주변은 투기수요가 몰려 땅값이 들썩일 게 뻔하다. 그린벨트 해제는 개발을 기대하고 땅을 사들인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부동산 자금의 서울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3기 신도시나 수도권 기존 신도시, 지방의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이 꼭 필요하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역세권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도심 고밀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시유지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유휴부지 활용이 먼저다. 개발 이익 환수를 전제로 도심 재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는 후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