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 섬이 ‘바람의 섬’이란 사실을 잘 알게 된다. 눈 부시게 푸른 포말을 쏟아내는 바다에서나 이름 모를 오름의 능선에서나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올해는 ‘코로나19’사태 속에서 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뜻하는 웰니스(Wellness) 여행이 트렌드다. 수고한 당신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해 줄 자연을 찾아 바람의 소리를 따라가 보자.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로 깊은 호흡을 내쉴 수 있는 이곳이 올여름 진정한 휴식처다.
제주의 숲, 고살리숲길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한 제주의 독특한 숲, 곶자왈. 고살리숲길은 제주의 여러 숲길 가운데 특히 곶자왈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길은 투박하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한라산 남쪽 첫 마을인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2리의 ‘고살리’라 불리는 샘에서 출발하는 자연 탐방로다. 왕복 4.2㎞의 숲길을 꼬닥꼬닥 걷는 데엔 2시간이 소요된다. 길의 중간쯤 만나는 ‘속괴’에는 사시사철 물이 고여있다.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고살리숲길 홈페이지를 통한 트레킹 사전 신청이 필수다.
키다리 나무들, 머체왓 숲길
머체왓숲길은 드넓은 목장을 중심으로 삼나무숲과 편백숲이 길게 형성된 숲 터널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목장 초원과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머체는 돌이란 뜻이다. 자유롭게 숲길을 산책해도 좋고, 숲 해설가와 동행하며 머체왓숲길의 비밀을 알아가도 좋다. 건강체험장에선 일대에서 나는 꾸지뽕나무, 황칠나무, 청미래덩굴, 예덕나무 등 건강한 약재를 이용해 차를 내린다.
머리에 호수를 인 물영아리 오름
제주에는 물이 마르지 않는 화구호(화산 분화구가 막혀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가진 오름이 몇 곳 있다. 이 중 하나가 물영아리 오름이다. 물이 있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다. 물영아리 오름은 고사리 축제로 유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의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다. ‘잣성’은 소나 말의 이탈을 막기 위해 목초지에 쌓아 올린 경계용 돌담을 말한다. 오름 탐방은 소 떼가 유유히 노니는 목장 둘레를 반 바퀴 돌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계단 코스와 능선길 중 선택해 걸으면 된다. 넓은 초원과 삼나무 숲, 멀리 보이는 소 떼의 모습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왕복 2.5~3.4㎞로 2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물영아리 습지는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최고의 뷰 감상하기, 아부오름
함덕과 김녕, 월정, 성산 등 동부 제주를 여행하는 길이라면 아부오름을 여행지로 끼워 넣자. 전 사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가뿐히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올랐을 때의 경관은 가볍게 오른 노동에 비해 황송할 만큼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오름 대부분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근 굼부리가 파여있고, 굼부리 안에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들이 있다.
화산 송이로 뒤덮인 붉은오름
서귀포시 남조로에 자리한 붉은오름은 덮인 흙이 유난히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오름 대부분이 붉은 화산 송이인 ‘스코리어(Scoria)’로 덮여 있다. 단풍나무, 참식나무, 복수초 등 다양한 식물과 노루 등 제주의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무장애길이 조성돼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큰 불편 없이 산책할 수 있다.
캠핑·등반을 동시에… 관음사 야영장
한라산 관음사야영장은 제주시 도심 인근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영장은 해발 620m에 자리해 한라산의 자연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야영장 주위에는 상록활엽수림인 녹나무와 참나무, 침엽수인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관음사야영장에서 백록담까지는 8.7㎞ 코스로 한라산 탐방객들이 등반 시에 야영장을 애용하고 있다. 이 코스에는 획일적인 구획이 아닌 자연스럽게 설치된 30여 개의 사이트가 자리하고 있다. 모닥불이나 숯불은 사용 할 수 없다.
[부울경·제주 바캉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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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