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8일 만의 개원식… 국회, 협치 통해 밀린 숙제 서두르길

입력 2020-07-17 04:03
제21대 국회가 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 48일 만인 16일 뒤늦게 개원식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고, 문명사적 격변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국민의 대표기관이 허송세월한 것이다. 게다가 개원식은 했어도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정상화된 만큼 이제부터는 여야 합의 정신을 살려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 특히 176석의 거여(巨與) 민주당은 의석수에만 기댄 채 야당을 무시하고 합법적 권력 독주를 해선 안 된다.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후속 법안, 일하는 국회법, 한국판 뉴딜 법안 등이 아무리 처리가 급하다 해도 야당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 혈기에 취해 이들 법안마저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경우 제2의 동물국회가 될 게 뻔하다. 의견이 나뉘는 사안일수록 숙의 민주주의가 기본이 돼야 함을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에는 충실하되, 상임위에서의 시간끌기나 발목잡기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국민은 생산성 높은 21대 국회를 원하고 있고, 입법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선 야당도 그 책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래통합당이 합리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줄 경우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 연설에서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협치의 실패’라고 인정했듯 협치를 복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재개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수시로 만나야 한다. 청와대는 야당이 제안한 정무장관직 부활 문제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장관 추천권을 야당에 주면 더 좋을 것이다. 여권이 국난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면 결국 야당을 더 자주 만나고, 야당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