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거룩함은 사라지고 분위기만 어수선해질 거다.”
서울 용산구 영주교회 이상협 목사가 2년 전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통합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했을 때 대부분 성도들이 내놓은 반응이었다. 지난 12일 영주교회 1부 주일예배는 얼핏 그 우려가 현실이 된 듯 보였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팔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한 어머니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급하게 예배당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설교노트에 목사님 말씀을 적는 아이를 아버지는 흐뭇하게 바라봤고 어머니 품에 안겨 함께 기도하는 아이도 있었다.
성경봉독, 예배기도, 헌금 등 예배위원 명단엔 영·유아 어린이부터 청년들까지 이름을 올렸다.
6세 방진서양도 이날 헌금위원이었다. 아버지 방옥빈(40) 집사와 헌금 바구니를 들고 강대상 앞으로 걸어갈 때 진서양의 표정은 엄숙하기까지 했다.
예배 후 진서는 “무서웠는데 동생들이 하는 거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용돈을 모아 낸 헌금이 여기에 담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진서양 가족은 3대가 영주교회에 다니고 있다. 방영남(71)장로와 선우복순(67) 권사 부부, 방 집사를 포함한 3형제와 며느리, 그들의 자녀까지 총 11명이다. 이들 3대가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9월 교회가 세대통합예배를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이 목사는 “첫 세대통합예배가 끝나고 곳곳에서 감격의 울음과 기쁨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떠올렸다.
세대통합, 다음세대를 위한 길
영주교회 세대통합예배는 ‘우리 아이들이 신앙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가 없으면 미래 교회도 사라진다”면서 “그런데 교육부서에서 아이들이 성경공부 하는 시간은 주일 1시간에 불과했다. 교회의 기존 신앙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그런 절박함 속에서 세대통합 사역에 나섰다. 모든 세대가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고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준비만 1년 넘게 걸렸다. 67년간 이어오던 예배 방식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18년 초부터 교역자가 세대통합을 연구했다. 모델은 2008년 세대통합예배로 전환한 충남 당진동일교회(이수훈 목사)였다. 그해 9월 이 목사와 당회원이 이 교회를 찾아 세대통합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세대통합 사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김은주 목사를 교육총괄로 임명했고 아이가 있는 평신도 가정을 중심으로 세대통합사역 준비팀도 구성했다. 준비팀 가족들도 당진동일교회를 찾았다. 이후 교육부서 현황을 파악하고 전 교인 설문조사로 영주교회 특성도 분석했다. 김 목사는 “영주교회는 교육부서 아이들 10명 중 8명이 부모와 함께 출석하는 가족교회이자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도시교회”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와 준비팀은 교회 형태에 맞춰 예배를 고민했다. 1부는 세대통합예배, 2부와 3부는 전통예배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1~3부 예배의 설교 메시지는 동일했다. 다만 형식은 조금씩 달랐다. 1부 예배 설교는 아이들을 배려했다. 이 목사는 원고 없이 설교하며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시청각 자료도 활용했다.
주일학교 교육도 변화를 줬다. 예배 설교와 주일학교 공과교육을 연결하기로 했다. 교육부서는 교단 공과와 시중에 나온 교재로 교육 과정을 편성했다.
무엇보다 부모가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공을 들였다.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집사, 권사가 일대일로 붙어 함께 예배하고 돌보도록 했다.
가정에 예배가 회복됐다
김 목사는 세대통합예배의 중심을 ‘부모’라고 했다. 김 목사는 “부모들의 회개운동이 일어나고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신앙 계승은 자연스럽게 회복되리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영주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아직 1년”이라며 자랑할 게 없다고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세대통합사역 준비팀에 있는 길기정(44) 집사는 “집에서도 아이들과 예배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아내인 강유선(41) 집사는 초등학교 교사 입장에서 교육 효과를 확인했다. 강 집사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배 모습을 본받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순수함에 더 큰 은혜를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길 집사의 큰아들 하람(11)군은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지만 동생 하엘(9)군은 “예배가 길어 지루하다”고 불평했다.
3대가 출석하는 방 장로 가족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우 권사는 “시대가 달라졌고 예배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교회의 변화를 반겼다. 방용빈(42) 집사도 “예전엔 예배당 뒤 유아방에서 아이와 예배를 드리니 은혜가 반감됐는데 세대통합예배 후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주교회의 시도는 입소문을 탔다. 다음 달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유바디 콘퍼런스’에서 영주교회를 사례로 소개한다. 유바디는 유니게와 바울이 디모데를 양육할 때 사용한 말씀을 기초로 한 교육 방식이다. 지역교회들도 세대통합예배 참관을 요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