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는 단순히 스피커만 있었다. 스크린 화면까지 있는 AI 스피커는 어떤 모습일까. 구글은 이번에 7인치 스크린을 갖춘 ‘네스트 허브’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기자는 음성인식 기능만 있는 기기와 비교해보며 네스트 허브를 일주일간 체험해봤다.
기기를 실행하려면 네스트 허브 기기에 유선 코드를 꽂은 후, ‘구글 홈’을 모바일 안드로이드에서 다운받고 구글 개인 계정과 연동하면 된다. 스크린이 있으니 음성뿐 아니라 이미지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기기와 다른 막강한 강점이었다. 예컨대 날씨를 물어보면 현재 기온을 음성으로 알려주면서 스크린에도 현재 기온과 시간별 날씨 변화를 띄워준다. 내일 날씨나 주말 날씨 등 예상 추가 질문도 제시해 정보를 얻기에 용이했다.
음악감상 시에는 구글의 유튜브와 무료 연동이 됐다. “OK 구글, 노래 틀어줘”라고 하면 자동으로 유튜브로 연동된다. 따로 더 명령하지 않아도 유튜브의 자동 추천 기능에 따라 내가 신청한 노래와 비슷한 무드의 노래가 자동으로 이어 재생됐다. 보통의 스마트 스피커는 유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와 연결되지만, 유튜브 뮤직은 짧은 광고만 시청하면 기본 무료다.
스크린을 통해 유튜브 영상 시청도 가능했다. 뮤직비디오는 물론 ‘무한도전’, ‘비보티비’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다. 네스트 허브가 있으니 집에 오면 따로 영상감상을 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지 않아도 됐다. 뉴스 감상도 영상과 음성으로 모두 가능했다. 이 같은 네스트 허브에서의 유튜브 연동은 스마트 스피커 라인업인 ‘네스트 미니’와도 구별되는 지점이다. 네스트 미니는 영상송출이 어려워 음악을 들을 경우 유튜브 연결이 안 되고 다른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음성 키워드 인식 능력도 생각보다 뛰어났다. 예컨대 “‘보랏빛밤’ 틀어줘”라며 키워드만 던져도 “네, 선미의 보랏빛밤 말씀이시죠? 유튜브에서 재생합니다”라는 추가 멘트를 해주고 실행되어 키워드가 음악인지, 영상인지를 자동 구분했다.
스크린 하단을 밀어 올리면 화면밝기 조정, 음성 조정, 방해금지 모드, 알람, 개선 사항, 설정 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하다 바로 소리를 줄이거나 빛 조절을 할 수 있다. 상단을 내려보면 루틴, 미디어, 방송 등 메뉴가 노출된다. 화면 터치가 가능한 것도 “소리 줄여줘”라고 일일이 말하며 모든 걸 음성으로 제어해야 했던 음성 기반 스피커보다 편리했다.
내 고유 음성을 인식하는 ‘보이스 매치’ 기능을 설정하면 나만의 스케줄, 알림, 포토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루틴’ 기능을 설정하면 특정 시간에 반복되는 일을 간단한 명령어로 간소화할 수 있다. 특히 스크린에 구글 포토를 불러와 사진첩처럼 볼 수 있는 기능은 구글 계정과 연동된 네스트 허브에서만 가능하다. “OK 구글, 사진 보여줘” 라고 말하면 최근 내가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 형태로 보여주어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살펴보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네스트 허브는 만개의 레시피 앱과 연동해 음식을 만들 때 영상과 음성으로 레시피를 안내해주는 기능도 있다. “부대찌개 양념 만드는 법 알려줘”라고 말하니 스크린에 필요한 준비물이 뜨고, 음성으로도 안내해줬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요리를 천천히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 요리를 시도해보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이 밖에 네스트 허브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가전(스마트싱스) 및 LG전자의 세탁기와 에어컨 등과도 연동된다. 다만 기자의 집에는 연동 기기가 없어 구체적인 기능을 살펴보기는 어려웠다. 조명이나 가전기기가 연결되면 음성만으로 껐다 켜고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전체적인 감상평은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음성으로 제어가 가능한 유선 태블릿이랄까. 가만히 두어도 자동으로 사진 액자처럼 그림을 바꾸어 심미적으로도 예뻤고, 음악을 넘어 영상 감상까지 가능해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됐다. 평소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다만 집에서 사용하는 ‘홈’ 기기답게 유선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떼었다 붙였다 하며 무선 태블릿으로도 활용하면 더 편리하겠다는 아쉬움은 들었다.
구현화 쿠키뉴스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