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혁신 외치면서 “정장 입으라”는 꼰대 정부

입력 2020-07-16 04:06

14일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 이후 정부의 첫 번째 행보는 현장 간담회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관계 부처 고위 공직자들과 함께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KT 실시간 안전관제 서비스 현장을 방문했다. 디지털 기술 현장을 보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해 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방문 전후 정부의 일처리는 혁신과 창의를 강조하는 뉴딜의 정신과 다소 어긋났다. 기재부는 전날 한국판 뉴딜 현장 방문 계획 공지에 ‘드레스 코드’(타이+정장, 마스크)를 명시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관료뿐 아니라 디지털 분야 기업인들까지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여름에 정장차림 일색이었다. 일부는 넥타이까지 한 ‘풀정장’ 차림이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첫 행보가 의전을 위한 ‘복장 단속’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민간의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유수의 IT 기업의 혁신은 편한 옷을 입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방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복장부터 통일성을 강조하는 사고방식을 가졌는데 어떻게 기업 현장에서 다양한 혁신이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현장 일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구가 들어갔다. 복장을 지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실제로 넥타이를 처음부터 하고 온 참가자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드레스 코드를 명시하면서 ‘넥타이’라는 남성복장만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현장 인력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남성을 한국형 뉴딜 모범 사례의 기본적인 인적 구성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면서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자유로운 복장조차 거슬려 하는 ‘꼰대 마인드’를 가진 정부가 혁신을 외친다 한들 좋은 성과가 나오겠는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포장지보다 실제 일자리 현장에서 혁신성과가 나오는 이유를 학습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디테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