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7-17 00:06
‘네이버 플러스’는 매주 토요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위기에 놓인 히스패닉 노숙자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섬김을 통해 더 많은 은혜를 받고, 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는다는 것이 미셔널 라이프를 사는 크리스천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그런 기쁨과 보람이 있기에 그들은 십수 년, 어떤 이들은 평생 사랑을 베풀며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간다.

J 집사는 이민생활 초기에 네이버 플러스(Neighbor Plus)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이 땅에 잠시 왔다가 가는 나그네 인생길에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10년째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 세상 너머 저 천국에 보화를 쌓으며 사는 것이 가장 값진 인생임을 배우고 있다. J 집사는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요한일서 3장 18절 말씀을 통해 그들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영혼인 것을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J 집사는 호스피스 단계에 있는 환자들을 섬기기 위해 조리법을 보면서 잣죽, 녹두죽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베푸는 작은 섬김을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모습을 봤다.

J 집사는 “우리의 섬김 서비스를 받으면서 감정적으로 관계가 얽혔던 가정이 평안해지고 시아버지를 천국에 보내드린 자매가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들을 볼 때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확신한다. 이것이 미셔널 라이프의 기쁨과 보람”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에 달려 있다. L 집사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미셔널 라이프로 자신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그는 “팬데믹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웃들의 필요를 보게 하시고, 나누라는 주님의 명령에 따랐다”면서 “그런데 하나님은 그 순종을 제사로 받으셨고, 2000여명을 만나 상담하고 긴급 지원이나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담자의 길을 열어 주셨다”고 말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미셔널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섬김의 기회가 됐다. 교회 장로로, 네이버 플러스의 이사와 디렉터로 섬기는 J 장로는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Covid-19 사랑의 한 끼’ 사역에 직접 동참했다.

J 장로는 사회에서 변호사로, 교회에선 장로로 영향력 있는 지위와 직분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의 한 가운데 말씀 한 구절이 주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6~37)

J 장로는 S 집사, R 형제와 함께 히스패닉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랑의 한 끼’ 사역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중반 12주간 진행하기로 했던 이 사역은 매주 토요일 점심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히스패닉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것이다.

J 장로는 “처음 시작할 때 300개의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나눠 줄 계획이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훨씬 많이 필요했다”면서 “나중에는 1주에 850개로 샌드위치 개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봉사자들이 각자 집에서 100~200개의 샌드위치를 만든다. 토요일 아침 네이버 플러스 사무실로 샌드위치를 가져오면 다른 봉사자가 음료수, 과자, 바나나,마스크, 전도지와 함께 샌드위치를 봉지에 담는다.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성도 등이 지난 11일 미국 뉴저지주 펠리세이드 파크에 위치한 네이버 플러스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하는 모습.

J 장로는 “원래 7월 중순에 나눔을 마치려고 했는데 점점 현장의 필요와 섬김의 보람이 커졌다”면서 “아마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C 집사는 빡빡한 이민 생활 중 소외된 이웃을 돕는 네이버 플러스의 행정 간사로 일한다. 그는 “가족이 없는 말기 암 환자를 매주 찾아가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70대 장로님 등 자기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이들의 헌신을 보며 ‘선교적 삶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주 동안 7500여명의 노숙인들에게 ‘사랑의 한 끼’ 점심을 나눠 줬다”면서 “이 일에 함께해준 다양한 분들의 봉사와 헌신을 보며, ‘선교적 삶이란 각 사람이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있는 곳에서 순종하며 사는 삶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요 12:26)

육신을 입고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은 굶주린 자, 병든 자, 갇힌 자, 죄인을 섬겨 주셨다. 예수님을 따라 낮은 곳에서 소외된 자들을 사랑과 복음으로 섬기는 미셔널 라이프를 통해 우리는 그곳에 먼저 가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히려 그곳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귀히 여기심을 받게 된다. 이것이 미셔널 라이프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보람이다.

양춘길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