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었다. 피해자를 비아냥거리거나 피해 사실이 부풀려졌다는 등의 주장이 사회 유력인사들에게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대구지검 진혜원 검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을 포함한 남성 2명과 팔짱을 낀 사진을 올리며 “자수한다.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 피해자 측 기자회견 등에 대해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 썼다. 이번 사건의 법적 성격을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비꼬고 대응 방식을 비판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며 “침실 등 언어의 상징 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글을 올렸다. 사건 직후 피해자 신상털이가 자행됐던 친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최근 “미투를 하려면 얼굴을 공개하고 해라”거나 “미니스커트로 유혹하지 않았나” 등의 노골적인 2차 가해 성격의 글들이 올랐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지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 역시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고인을 미화하는 일은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마당에 여당 대표나 청와대는 물론 진상조사에 나선 서울시조차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도 상황을 호도하는 행태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사안은 유력 대권 주자인 현직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두 부분 모두 정치적 파장이 크지만 피해 여성이 책임질 것은 아니다. 그러니 피해자에 해를 미칠 분별없는 행동을 중단하고 진상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 여권 진영의 유력자들이 무리 지어 나선다면 힘없는 젊은 여성 1명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설] ‘피해 호소인’ 표현도 2차 가해다
입력 2020-07-1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