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을 발족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조사단에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키겠다지만 조사위원 선정 과정에서부터 서울시 입김이 반영될 소지가 없지 않다. 또 박 전 시장이 여성계와 인권단체, 법조계 등과는 수십년간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기에 중립적인 인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시 주도로 조사단을 꾸리는 게 공정성 측면에서 온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박 전 시장한테 피해를 본 여성은 그동안 동료 직원 등에게 피해를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했다. 시 내부의 성추행 방조나 무마 의혹도 당연히 조사돼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사단에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를 거부하면 조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는 이런 우려들을 감안해 조사단 구성에서부터 오해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인사들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또 고소인의 비서실 인사 발령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던 서정협 현 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시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조사를 벌여야 한다. 시청의 ‘6층 사람들’로 불리는 정무라인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그들 역시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가 미흡할 경우에는 제3의 기관이 다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사에 기록될 사건을 파헤친다는 각오로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충실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시 차원의 조사나 경찰의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수사와 별도로 성추행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이나 시 내부의 은폐 의혹 등에 대해선 검찰이 서둘러 수사에 나서야 한다. 마침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교사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피고소인 측에 증거인멸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회유를 시도할 기회를 줬다는 측면에서 고소 사실 유출은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사법 문란 행위다.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이나 고소 내용을 보고받은 청와대 모두 유출 의혹을 부인한 상태로, 유출 의혹 자체에 대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수사해야 한다.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할 경우 앞으로 국민은 유력 인사에 의한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설] 못 미더운 서울시 진상 조사… 공정·독립성 담보돼야
입력 2020-07-1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