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은 증상이나 전파력 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비견된다. 미국 뉴욕시는 전염병 발생 첫해인 1918년부터 3개월여간 종교행사 일시중단 등을 시행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에 따라 한국교회가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일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100여년 전의 이 사례를 참고해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대대적이고 발 빠르게 조치했더라면 어땠을까. 최현식(45) 아시아미래연구소장은 최근 펴낸 책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생명의말씀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며 한국교회 코로나19 대처에 아쉬움을 표한다.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리라 보는 ‘위드(with) 코로나’ 해법이 논의되는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지난 13일 그를 서울 강남구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소장은 형 최윤식(49)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처럼 목사이자 미래학자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앞으로 5년, 한국교회 미래 시나리오’ 등을 형과 공저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교회 대응 방안을 다룬 이번 책을 쓴 건 한국교회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온라인 예배 논란 등 코로나19 사태 속 갈피를 잡기 어려워하는 한국교회의 나침반이 되고자 지난 3월부터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은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당면할 현실과 이에 발맞춰 펼쳐야 할 사역을 다룬다.
최 소장은 지금 한국교회에 3가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첫째, 이미지 개선이다. 잘못된 이미지들이 쌓이면 진실도 왜곡시킨다. 둘째, 예언자적 통찰력이 담긴 설교다. 설교는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메시지 전달 도구가 돼야 한다. 셋째, 한국교회 창구 단일화다. 단일 통로가 있어야 교회에 대책을 빠르게 전파하고 사회에도 일관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 최 소장은 “우리 사회처럼 한국교회가 코로나19를 너무 얕봤다. 교회 문이 닫힌 중국의 사태를 보며 준비했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이 3가지 대안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가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올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교회가 위기 대응 시나리오(그래픽)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스페인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때도 종식 전까지 3차례 대유행기를 거쳤다. 이 중 2차 대유행기가 가장 피해가 컸다.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고 전 세계로 퍼진 상황에서 2차 대유행이 온다면, 1차 대유행보다 타격이 크리라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7~9월에 하반기 주요 사역을 펼치고, 2차 대유행기로 예측되는 10월에 신속히 온라인 체제로 전환할 것을 조언한다. 이 석 달은 내년 말까지의 교회 예산 확보, 비대면 사역 대비에 집중하는 시기다. 비대면 사역으로 다음세대의 자기 주도 신앙생활을 돕는 주일학교 온라인 콘텐츠와 온라인 예배 및 심방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라고 권한다. 이런 면에서 “지금은 쉴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바쁠 때”라고 했다.
다만 비대면 사역은 한시적인 것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교회 사역의 80%는 이전처럼 오프라인에서 진행될 거라고 본다. 그는 “온라인으로는 성도의 영적 갈급함을 온전히 채울 수 없다. 예배가 회복되면 적지 않은 성도들이 다시 교회로 올 것”이라며 “이때 ‘소망’을 선포해 위축된 경제상황으로 삶이 고달파진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했다.
최 소장은 ‘위기론자’라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하며 “제 예측은 틀리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교회가 위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교회에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교회에 제약이 많아졌다. 패배주의에 젖지 말고 가능한 방향을 찾아보면 어떨까. 포기하지 않으면 참신하면서도 안전하게 사역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