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생활도 신앙도 나태해진 삶 사랑으로 아이들 품는 선생님 돼

입력 2020-07-20 00:08

내 침대가 생기면서 나태한 삶이 시작됐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침대로 직행해 저녁 식사 전까지 침대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침대 위에는 옷이 가득하고 핸드폰, 충전기, 드라이기, 간식 등이 가득해 잠은 비어있는 언니 침대에서 잤다. 스마트폰으로 밤을 새다보니 매일 지각했다. 어쩌다 일찍 가면 친구들은 ‘뭐야, 오늘 무슨 행사 있어?’라고 했다. 부족한 잠은 장소, 시간과 관계없이 몸만 닿으면 잤고 고3 때는 등교 즉시 옆 빈교실에서 조회 전까지 잠을 잤다.

이런 게으름으로 체력은 바닥이었고, 수학여행 때도 관람시간에 몰래 버스에서 잠을 잤다. 공부는 미루었다가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했고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짐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하셨지만 내겐 맡길 짐도 없었다. 그리고 부활만으로는 내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180도 변하기 위해서는 부활 이외에 영적 체험이나 은사나 확실한 기도응답 등 무엇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하나님께서 ‘제자들은 예수를 언제부터 믿었느냐?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무엇이었느냐?’고 내게 물으시는 것 같았다. 아무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때부터 제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3년 넘게 예수님 곁에서 엄청난 이적들을 보고,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것도 눈앞에서 보면서도 결국 제자들은 배신했다. 심지어 십자가에 달리실 때도 부인하며 저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덜덜 떨고 있는 제자들 앞에 나타났을 때 비로소 제자들이 알아보고 ‘아! 성경에 예언되었던 메시아가 바로 이분이었구나!’ 하며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다. 제자들은 배신자에서 엄청난 사실인 부활을 세상에 전하는 순교자로 180도 변한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이 분명한 사실 앞에 다른 것을 찾던 내 모습이 어이없었다. 예수 믿지 않던 역사가들조차 사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확실한 사건 앞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이 정확히 비춰지니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왜 죽으셨어요? 나 같은 자를 위해 왜 하늘보좌 버리고 피조물의 손에 죽임을 당하셨어요?’ 그때 ‘내 생명보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녀야. 일어나 나와 함께 가자’고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졌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니 그동안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가 얼마나 악한 죄인지 알아져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 자리에 모셨다.

그때부터 고린도후서 5장의 새 피조물 말씀도 실제적으로 누렸다. 어쩌다 넘어져도 주님의 마음을 아니까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다.

지금은 교사로 발령받아 초등학교에서 담임으로,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아이들을 섬긴다. 사랑이 없던 내가 학생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축복이다. 예수님께 받은 사랑이 크니까 아이들도 사랑으로 품을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이 됐다. 예전이라면 귀찮아서 수업 준비든 학급 관리든 대충대충 했을텐데 사랑이라는 원동력이 생기니까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 사랑이 일방적으로 부어지는 걸 보면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이라는 생각에 감격하게 되고 하루하루 나를 이끌어가심에 날마다 든든하고 행복하다.

유슬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