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울주군, 의과대학 정원 확보 놓고 또 갈등

입력 2020-07-16 04:04

울산시와 울주군이 의과대학 정원 확보를 놓고 엇박자를 내며 갈등을 빚고 있다.

15일 울산시와 울주군에 따르면 울산시는 의대 입학정원 50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울주군은 UNIST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지난 1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군민들이 힘을 모으면 UNIST에 의과대학 유치는 가능하다”며 “조만간 이용훈 UNIST 총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나 이런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지난 13일 독자적으로 UNIST를 방문해 이용훈 총장과 만나 의과대학 유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매우 당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의과대학 유치는 시의 정책인 만큼 여러가지 안을 두고 검토 중인데 기초단체가 일방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의대 유치에 나선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UNIST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아닌 과학정보통신부 소속 ‘과학기술원’인 UNIST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의 의과대학 유치는 본질을 훼손한다는 지역 여론도 높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2008년부터 의과대학을 유치하려 애썼지만, 의과학·생명과학·의공학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의과학 대학원에 만족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권역별 현장 방문행사에서 울산의 절대 부족한 의료·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립 의과대학을 울산에 설치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또 행정구역이 다르더라도 부속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만큼 서울지역 대학 의대를 울산에 신설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울산에는 1988년 울산대학교에 의과대학이 만들어졌지만 학부 1년만 울산에서 공부한다. 대부분의 과정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한다. 이름만 있을 뿐 울산에 의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의과대학 정원 확충은 울산지역 병원에 우수한 의료진을 공급해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