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놓고 “미투 처리 모범”… 박원순계, 잇단 2차 가해성 발언

입력 2020-07-15 04:05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박원순계 인사들의 2차 가해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미투 처리의 전범(典範·본보기)”이라고 하거나 “피해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박원순 서울시장의 떠남에 담긴 숨은 유지’가 논란이 되자 14일 삭제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까지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윤 의원은 삭제한 글에서 “고인이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미투와 관련된 의혹으로 고소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이를 사과한다. 더 이상 고소 내용의 진위 공방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지 마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하셨다”고도 했다. 피해 호소인 측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 침실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2차 가해라는 여론이 빗발치자 윤 의원은 오전 사과문을 올린 뒤 문제의 글을 지웠다. 윤 의원은 “일부 언론이 (제가)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하다”며 “고인이 되시기 전 피해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도 도마에 올랐다. 진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피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점에서 사자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과오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