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역(대체복무) 심사 기준이 이르면 15일 대체역심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대체복무 대상에 부합하는지를 가를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심사위 사무국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심사 기준 초안을 작성했다. 대체역 심사의 가장 큰 기준을 ‘양심의 일관성’에 뒀다는 것이 핵심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그간 논란이 많았던 만큼 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체역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넘어야 할 과제다. ‘집총 거부’ 종교적 신념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대체역 복무가 쉽게 허가된다면 가뜩이나 현역병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가안보 역량이 약화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심사위의 기준점은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입영을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신념의 깊이와 그 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일관성이라고 봤다.
심사위가 제시한 대체역 신청 서류는 양심의 일관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 대체역 신청자는 범죄경력 및 수사경력 조회회보서, 초·중·고교 생활기록부, 주변인 진술서(3명 이상) 등 10가지 서류를 내야 한다. 전과 여부와 학교 활동, 주변 사람들의 시각 등을 모두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심사위 사무국은 이 서류들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 주변인 진술 조사, 신청인 조사, 보강 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사전심사위에 보고한다. 심사위원 5명으로 구성된 사전심사위는 사무국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사실상 신청인의 대체역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최종 의결은 심사위 전체회의(위원 29명)에서 이뤄진다.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이 기준이다.
기존에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대체역 신청자 35명은 심사위 의결을 거쳐 올해 소집될 전망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또한 심사를 거쳐 대체역 입영이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많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병역을 거부한 전력이 있고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병역거부자들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다 까다로운 심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은 정기적인 종교활동 등 양심의 일관성을 증명할 경험이 많은 반면 비폭력 신념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런 것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A씨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A씨는 평화주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 A씨는 지난해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병역의무 이행 사실이 있는데다 시민단체의 주된 목적이 병역거부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심사위 사무국 관계자는 14일 “종교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경우라도 심사를 거쳐 대체역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79명이 대체역 복무를 신청했다. 군 관계자는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신청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진통 끝에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란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심사위원들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된다는 점은 변수다. 심사위 내부에서는 현역 복무를 한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존 판례대로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체역 복무에 징벌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준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단축됐는데, 대체역 복무기간은 두 배인 36개월이며 복무 장소는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이다. 심사위는 제도를 6개월간 시행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