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반 교회 신고하면 포상금’… 구리시 지침 물의

입력 2020-07-15 00:02
경기도 구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교회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공문을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리시는 13일 구리시기독교연합회 등에 ‘코로나19 다중이용시설(종교시설) 방역수칙 준수사항 국민의 안전신고제 시행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곳에 대해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고 관리자는 행정조치를 받게 된다”고 명시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문 제목에선 ‘종교시설’이라고 했지만, 내용에선 ‘정규예배 외 모든 모임 금지, 찬송 자제·통성기도 금지’ 등 교회 관련 방역수칙만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시민들에게 교회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감시해 신고하라는 취지다.

구리시 홈페이지에는 12일 예향감리교회(김종현 목사) 예배자들의 마스크 미착용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종현 목사는 14일 “우리교회에는 마스크 미착용자들이 들어올 수조차 없다”면서 “아직 구리시를 통해 고발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연락이 오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상금이 도입되면 억지 고발이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교회를 감염의 진원지처럼 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중대본이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낸 내용을 그대로 공문에 실었을 뿐 구리시 자체의 입장이 아니다”면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지역교회연합회에 해명하겠지만, 철회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영래 중대본 전략기획반장은 “지자체에 신고포상제를 실시하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경기도에서 구리시에 ‘내용이 과하다’며 포상금 지급, 신문고 관련 내용은 빼고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수정해 재발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경문 순복음중동교회 목사는 “반 기독교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교회를 돌며 방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고포상제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회들에 굉장히 불쾌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