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 모임인 서울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동진 도봉구청장)는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정철학과 가치는 유지, 발전돼야 한다고 밝혔다.
13명의 서울 구청장들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박원순 시장 궐위와 관련한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입장문’에서 “박 전 시장이 추진해온 서울시 차원의 정책과 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며, 우리는 이를 위해 최대한의 협력과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부연했다.
이 구청장은 “시정이 자치구정이고 자치구정이 시정임을 강조해왔고 자치와 분권의 가치를 존중해왔던 박 전 시장의 정신은 향후에도 지속돼야 하며,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에서 추진중인 사업들 역시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앞으로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을 비롯한 시 집행부, 서울시 의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입장 발표는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른 서울시정 공백과 서울시 정책 및 사업의 차질이 자치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계획과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사업은 서울시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한 구청장은 “아직 착수하지 않았더라도 결재가 난 정책과 사업은 예정대로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업적을 나열하며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했던 9년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를 바꾼 기간으로 기록돼 마땅하다”며 “그가 이끈 서울의 지난 9년은 화석화된 행정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고자 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방자치가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했고, 시민이 단순한 참여를 뛰어넘어 협치의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원순의 지난 9년은 갈등과 경쟁의 회색빛 도시 서울의 곳곳에서 연대와 협력, 신뢰라는 희망의 새싹이 자라나게 한 시간이었다”며 “지금 누군가는 그 소중한 희망의 새싹을 지켜내고 나아가 꽃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선 “오늘 저희가 발표한 입장은 공적 영역에 대한 평가와 시장이 부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시장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어 협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